한글대장경 제61권

불설아사세왕경(佛說阿闍世王經) 상 권

oṃ maṇi padme hūṃ 2025. 5. 30. 23:26

 불설아사세왕경(佛說阿闍世王經) 상 권

 지루가참(支婁迦懺) 한역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라아자그리하성의 그리드라쿠우타산에서 만 二천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거룩한 八만 四천 보살마하살은 모두 갖가지 총지(總持)를 지녔고 걸림 없는 의욕을 가졌으며 생사가 없는 법인(法忍)을 얻었었다. 이와 같은 삼매를 얻어 사람들의 소행을 다 알고 그들의 욕망을 따라 법으로 가르쳐 각각 제 자리를 얻게 하였다. 그리고 四천왕 . 제석천왕과 그 천자들 . 용 . 야차 . 건타라 . 아수라 . 가루라 . 진타라 . 마후라가 .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것들이 다 와서 모였다.
 때에 문수사리는 그 산의 외딴 곳에서 스물 다섯 사람의 상인(上人)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다 보살로서 그 이름은 야나사리 . 나라달사리 . 삼파사리 . 겁파두사리 . 파두사리 . 겁사인타루 . 타라니 . 타루라타 . 파니라 . 타모하 . 다사하 . 말사하 . 유가사구라 . 가나가사사하 . 질두파 . 침마차가파팔진차살 . 화파타파지반구리사갈말마하 . 예루기비타차 . 아난타 . 비차파무 . 기라야아난타 . 아람 . 유하라마 . 저타사모가 . 저타아유달산서안 등이니 이것이 스물 다섯 상인들의 이름이다.
 또 네 사람의 도솔 천자들도 법을 듣기 위해 문수사리에게로 왔는데 그들의 이름은 사마타구수마라 . 무구수마 . 만나라건타사하 . 구술담유하 등이니 이것이 그 네 천자들이다. 또 약간의 다른 천자들도 법을 듣기 위해 문수사리에게로 왔다.
 그 상인과 천자들은 모두 앉아 각각 부처님의 지혜는 매우 거룩하고 끝이 없어 말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 잴 수도 없고 범부로서는 큰 서원(誓願)에 맞출 수도 없음을 말하였다.
 『우리는 어떤 법으로 방편을 얻어 끝 없는 지혜에 이르고 나아가서는 불가사의한 부처의 일체지(一切智)에 이를 수 있을까.』
고 하였다.
 때에 혜수(慧首) 보살은 말하였다.
 『공덕 짓기를 싫어하지 않고 공덕을 짓되 바라는 것이 없으면 그는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혜시(惠施) 보살은 말하였다.
 『평등한 마음은 열반과 같으며 기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그 법을 따르면 그는 일체지를 가지게 되고 네 가지 큰 서원을 굳히게 될 것이니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족평등(具足平等) 보살은 말하였다.
 『겁(劫)의 수를 세지 말라. 한량 없는 미래의 겁 수는 셀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승나(僧那)가 되어 승나로서 뽑내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족행(具足行) 보살은 말하였다.
 『자기의 편하기만을 생각하지 않으면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일체 중생을 다 편하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는 또 모두를 편하게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화구족(蓮華具足) 보살은 말하였다.
 『자기 마음을 굴복 시키지 못하는 이는 남의 마음도 굴복시키지 못한다. 자기 마음을 굴복시키는 이라야 남의 마음도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연화구족행겁(蓮華具足行劫) 보살은 말하였다.
 『탐욕을 따르는 이는 탐욕을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을 따르지 않는 이라야 탐욕을 벗어날 수 있다. 보살은 이롭거나 이롭지 않거나 그 마음이 변하지 않으므로 괴롭거나 즐겁거나 비방하거나 칭찬하거나 나쁘거나 좋거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기 때문이니,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지제근(制持諸根) 보살은 말하였다.
 『다른 사람이 지은 공덕을 자기가 얻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는 혼자면 생각하고 짝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일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위해 자기가 이루어 주겠다 하여 잠깐도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일체를 가르치고자 하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행여지(持行如地) 보살은 말하였다.
 『마치 일체의 초목 . 집 . 성곽 등이 모두 땅을 의지해 있으되 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땅을 우러러 살지마는 땅은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도 그렇게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땅처럼 기뻐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가지지 않아야 하고 일체를 각각 그 자리를 얻게 하되 그 갚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보원(寶願)보살은 말하였다.
 『존귀한 듯 비굴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꿈 속에도 두 가지 마음이 없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아라한이나 벽지불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은 보살을 보배처럼 여겨 떠나지 않는다. 만일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면 보배를 탐하거나 아까와하는 마음이 없다. 그가 구하는 것은 모든 대승의 교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왜 그러냐 그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없고 그 마음의 지혜와 같은 마음의 지혜가 없으며 또 더하거나 덜함이 없기 때문에 그는 탐하거나 아까와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인수(寶印手) 보살은 말하였다.
 『다섯 길에 나고 죽는 사람을 바다에 떨어진 사람이라 보고 일체 지혜로 그들을 가엾이 여겨 손으로 잡아 주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영리함이 없는 이를 위해서는 영리함의 우두머리가 되고 탐하는 이를 위해서는 아낌이 없는 우두머리가 되며 계율을 지키지 않는 이를 위해서는 계율의 우두머리가 되고 분노하는 이를 위해서는 인욕의 우두머리가 되며 게으른 이를 위해서는 정진의 우두머리가 되고 마음이 산란한 이를 위해서는 선정의 우두머리가 되며 지혜 없는 이를 위해서는 지혜의 우두머리가 되고 공덕이 없는 이를 위해서 공덕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이다.
 공덕의 우두머리로서 세 가지 법보(法寶)를 이루는데 그 세 가지란 모든 사람이 부처의 지혜를 갖추도록 교화하고 그 몸이 보배의 공덕임을 알며 모든 법은 허공 같다 생각하므로 법보의 우두머리라 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세 가지로서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사자의(師子意) 보살은 말하였다.
 『그 몸으로 승나(僧那)가 된 사람은 두려워할 것도 없고 겁낼 것도 없으며 물리치거나 가사를 벗지도 않고 털도 일어서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생사를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열반에 들지 않고 괴로움이나 즐거움에 평등하게 머무러 두 가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니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사자보과무구(師子步過無垢) 보살은 말하였다.
 『근기가 약한 사람은 이것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대사(大士)의 할 일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갖가지 악을 버렸기 때문이다. 즉 아첨하지 않음으로써 순진에 응하므로 뽑내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법이 아닌 일은 따르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진실하고 정직하기 때문에 음욕과 질투 등 나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우치란 어두움과 같은 것이므로 우치가 없으면 그 몸 . 입 . 뜻이 평등하고 그 말은 말의 뜻을 잃지 않으며 매우 존귀하여 하는 일을 다 이루려고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지성(至誠)이므로 법을 스스로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법을 따르는 이는 수명을 탐하거나 아까와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신명을 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며 보시하는 물건을 아까와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이므로 그들은 사뙨 도가 아닌 바른 도에 들어간다.
 가난한 이를 위해서는 보배 창고가 되고 병사를 위해서는 의사가 되며 두려워하는 이를 위해서는 보호자가 되고 못난 이를 위해서는 도지(道地)가 되며 사도(邪道)에 들어간 이를 위해서는 바른 길잡이가 되고 무지한 이를 위해서는 지혜로운 이가 되거늘 일체의 수순에서 어떤 원한을 품겠는가.
 그는 인욕으로 구제하면서 본연의 법에 머무른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자마금색(紫磨金色) 보살은 말하였다.
 『그 생각은 허공과 같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큰 자비로 감싸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은 항상 기쁘고 그 얼굴빛은 늘 즐거우며 쾌락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 보시는 하늘과 같이 감싸지 않는 것이 없는데 계율 . 인욕 . 정진 . 선정 . 지혜 등에 있어서도 그와 같으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발의즉전법륜(發意即轉法輪) 보살은 말하였다.
 『새로 발심한 사람을 위해서는 악마가 틈을 타지 못하고 부처와 하늘신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한다. 마음이 머무르는 이가 되어서는 버밥퀴를 굴려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좋은 마음을 내게 하기 위해서이니 그것은 모든 법은 일어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제어자연보무불입(諸語自然普無不入) 보살은 말하였다.
 『어디고 들어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법은 자연이어서 본래부터 다 공(空)이요, 모든 말이 다 공이기 때문이다. 마치 허공이 어디고 다 들어가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그 마음이 어디고 들어가야 한다.
 말대로 실행하고 그 지혜가 무엇이나 다 알면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낙부동(樂不動) 보살은 말하였다.
 『모든 소리는 없는 것이요, 또 그것은 잡을 수 없다. 이런 줄을 아는 사람은 기뻐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으며 또 지치지도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마치 태산이 바람에 움찍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좋은 소리나 나쁜 소리에 대해 기뻐하거나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것은 집착이 없기 때문이요, 집착이 없다는 것은 부처 말이나 외도 말이 다 공(空)이어서 아무 것도 없음을 말한다. 욕심세계의 일은 다 없어지는 것이라 보고 그 없어짐을 알기 때문에 잘난 체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빨리 부처가 될 것이다.』
 해의(海意) 보살은 말하였다.
 『그 마음은 바다와 같이 무엇이나 받아들이고 그 지혜는 끝이 없어야 한다. 마치 바다가 모든 물을 받아들여 한 맛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살도 모든 것을 합해 한 법을 만든다. 왜 그러냐 하면 그 법은 미묘하기 때문에 十二인연과 함께 변하지 않으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고 법신(法身)을 생각한다. 일체를 위해 공덕을 지어 지은 공덕을 일체 중생이 다 얻게 하려 하므로 그것을 다함이 없는 공덕이라 하며 그들을 보호하여 집착하지도 않고 끊지도 않게 한다. 마음의 힘으로 몸을 제어하기 때문에 그의 온갖 행동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그는 지혜를 갖추내어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대광명(大光明) 보살은 말하였다.
 『마음을 가지되 그 지혜와 광명은 부처와 같고 속인의 행동이 아니며 그 뜻으로 익힌 광명은 어디나 다 비춘다. 왜 그러냐 하면 세상이 그를 법을 위하는 줄을 알게 하기 위해서다. 그 뜻으로 익힌 보시의 광명은 어디나 다 비추고 계율의 광명도 어디나 다 비추며 인욕 . 정진 . 선정 . 지혜 등의 광명도 다 어디고 비춘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염명(焰明) 보살은 말하였다.
 『공덕으로 얻은 지혜로운 마음으로 눈을 삼으므로 보는 빛깔은 청정하여 나쁜 것이 없고 소리 . 냄새 . 맛 . 초감 . 법 등도 그와 같다. 그는 여섯 가지가 깨끗하다.  그 여섯 가지란 눈 . 귀 . 코 . 혀 . 몸 . 뜻 등으로서 사뙨 것을 좋다 하여 즐거움을 삼지 않는데 그것은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사람은 다 불법에 들어오게 하려 하고 바르지 못한 이는 법으로 교화하며 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하는 물건이라도 아까와하지 않고 주며 주고는 뉘우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가의왕(可意王) 보살은 말하였다.
 『누가 욕설하거나 때리더라도 성내지 않고 다만 그 법을 생각한다. 즉 무엇이 욕하고 무엇이 성내는가 때리는 것도 그와 같다. 안도 비어 얻을 것이 없고 바깥도 비어 걸릴 것 없다.
 자기 몸도 볼 수 없고 또 남도 보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손이나 발을 구하는 이가 있으면 기꺼이 주고 머리를 베려 하여도 기뻐하며 성(城)이나 보배를 구해도 아까와 하지 않고 처자를 달라 해도 다른 마음 없이 곧 준다. 이 경을 ?다가 한 문장을 보아도 기뻐하면서 금륜왕(金輪王)의 쾌락은 즐거워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위해 설법하면서 제석천왕은 되지 않으며 한 사람만이라도 발심시켜 보살이 되게 하기 위하여 범천은 되지 않고 부처 보기를 원하면서 三천대천 세계의 보배는 탐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게으르지 않고 이렇게 기뻐하리니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소시무저(所視無底) 보살은 말하였다.
 『모든 것을 보고도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청정한 세계에서 있다 없다는 생각하지 않으며 빛깔 모양으로 부처를 보려 하지 않는데 그것은 법신(法身)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의 마음을 보고 그들의 가진 것을 구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 공덕으로 된 눈은 청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의 눈과 신족을 갖추었다. 그는 지혜의 눈으로 아무 것도 탐할 것이 없음을 안다. 부처의 눈을 얻어 열 여덟 가지 법을 다 갖추고 법의 눈을 얻어 열 여덟 가지 힘을 갖춘다. 그는 승나승열(僧那僧涅)처럼 되어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작무저행(作無底行) 보살은 말하였다.
 『그 행동은 일체지(一切智)의 행동과 같다. 왜 그러냐 하면 집착이 없기 때문이니 아무 집착하는 데가 없이 법만을 생각한다. 이런 보살은 순경(順境)을 따르지 않는데 어찌 타락하겠는가. 즉 죄 때문에 타락하지도 않고 또 악마 때문에 타락하지도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법을 버리지 않고 비법을 범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죄와 악마의 방해를 벗어나 이에 상응하면 그는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탈식애의(脫息愛意) 보살은 말하였다.
 『내가 가진 모든 것도 남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요, 내가 하는 일도 곧 악마에게 먹히고 만다. 자신을 아는 이는 가질 것도 없고 또 다시 할 일도 없다. 다시 할 일도 없음을 알면 五음을 제어할 수 있고 五음을 분명히 알면 아무런 악마의 방해도 없다. 악마의 경계를 벗어난 사람은 일하는 중도에 장애가 없고 장애를 벗어난 보살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소기즉해(所起即海) 보살은 말하였다.
 『법대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마음으로 후회하고 법대로 행동하면 그 마음에 변동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항상 전일한 마음으로 선을 행하기 때문이다. 그 몸의 행동으로 남을 해치지 않고 말이나 생각으로 남을 해치지 않으며 근심하는 이가 있으면 관대한 법으로 근심하지 않게 한다. 이런 보살마하살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득일체원(得一切願) 보살은 말하였다.
 『계율이 깨끗한 사람은 소원을 반드시 성취한다. 계율이 깨끗함으로써 다시는 세속 일을 범하지 않고 세속 일을 범하지 않는 이는 三十七품의 뿌리에 응한다. 그 일체의 지혜로 계율이 깨끗하여 三十七품을 범하지 않으면 그것은 보살마하살의 행동으로서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보등화(普等華) 천자는 말하였다.
 『마치 나무에 꽃이 피면 보는 이는 다 기뻐하는 것처럼 지은 공덕이 있으면 모두 그 덕을 입는다. 도리천의 구기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하늘 무리들이 다 사랑하는 것처럼 보살이 법안으로써 일체를 위해 그 눈이 되는 것도 그 꽃과 같다. 천상의 보주(寶珠)가 티가 없는 것처럼 보살의 깨끗한 마음도 그와 같나니 이런 사람은 끝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광명화(光明華) 천자는 말하였다.
 『마치 해가 뜨면 어두움은 사라지고 온갖 빛깔을 다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살은 지혜로 모든 것을 비추어 우매한 이들을 다 인도해 준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우치는 마침내 광명을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두움에 있는 사람은 빛을 보고 그 길을 얻는 것이다. 보살은 길에 머무르면서 길을 잃은 이에게 그 길을 지시하나니 이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천향화(天香花) 천자는 말하였다.
 『마치 만다라꽃의 그 향기가 세로와 넓이와 상하 . 四유의 각 四十 리에 퍼지는 것처럼 보살은 깨끗한 계율과 삼매가 퍼지고 그 지혜의 향기는 三천대천 세계에 두루 퍼지며 그 향기는 무량한 수의 사람 병을 고치는데 그것은 깨끗한 계율과 삼매와 지혜 등이 퍼지기 때문이니 여기에 머무르는 보살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신법행득(信法行得) 천자는 말하였다.
 『법에 머무러 행하되 보살의 법대로 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게으르지 않고 알 것도 없으며 또 생각할 것도 없고 열 가지 일을 얻는다. 즉 여섯 가지 바라밀을 익히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과 다섯 글귀 . 네 가지 일 . 세 가지 해탈 . 인욕 등의 이익으로 사람들을 발심시켜 그 몸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가르침으로써 모두 법을 가져 미음에 변동이 없게 한다. 이것이 열 가지 일로서 이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문수사리는 그 상인들과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머무름이 없는 데 머무른다. 머무름이 없는데 머무름이란 무엇인가. 이 세 세계에 있으면서 세 세계로써 친하지 않는 것이니 그는 안과도 친하지 않고 바깥과도 친하려 하지 않는다. 비록 바깥이라 하더라도 익힌 바 없는 제자에게도 떨어지지 않고 또 벽지불자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익히는 것은 생사인데 익혀지는 것은 알음이 없는 것이요, 익히는 것은 이름인데 익혀지는 것은 빛깔이며 익히는 것은 인연인데 익혀지는 것은 견해이며 익히는 것은 애욕인데 익혀지는 것은 감관이요, 익히는 것은 <나>인데 익혀지는 것은 내가 아니며 익히는 것은 탐욕인데 익혀지는 것은 보시요, 익히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계율로써 뽑내지 않는 것이며 익히는 것은 분노인데 익혀지는 것은 인욕으로 뽑내지 않는 것이요, 익히는 것은 정진하지 않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정진으로 뽑내지 않는 것이며 익히는 것은 어지러운 뜻인데 익혀지는 것은 선정으로 뽑내지 않는 것이요. 익히는 것은 무지인데 익혀지는 것은 지혜로 뽑내지 않는 것이다.
 익히는 것은 공덕이 없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공덕으로서 뽑내지 않는 것이요, 익히는 것은 세속 법인데 익혀지는 것은 도법(道法)으로서 뽑내지 않는 것이며 익히는 것은 해탈이 없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해탈을 갖추 얻었으면서 뽑내지 않는 것이요, 익히는 것은 죄가 있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죄가 없으면서 뽑내지 않는 것이며 익히는 것은 남음이 있는 것인데 익혀지는 것은 남음이 없으면서 뽑내지 않는 것이다. 보살은 익힘이 없음을 익히어 일체를 보호하되 집착하지도 않고 끊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은 끝 없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모든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들어가는 곳도 없고 들어가지 않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 일체지(一切知)는 곧 일체지에 통하므로 일체지는 얻을 수 없다. 일체지는 물질로도 헤아릴 수 없고 느낌 . 상상 . 생사 . 의식 등으로도 헤아릴 수 없다. 그것은 법수(法數)에도 속하지 않고 법수 아닌 데에도 속하지 않으며 또 일체지(一切知)로 보시하는 법수에도 속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보시는 일체지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계율 . 인욕 . 정진 . 선정 . 지혜 등에도 속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일체지는 지혜를 따르기 때문이다.
 일체지는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지만 과거에도 미래에도 현재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三세를 뛰어났기 때문이다. 일체지는 눈으로도 볼 수 없고 귀 . 코 . 혀 . 몸 . 뜻 등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모든 경계를 뛰어났기 때문이다. 남자나 여자로서 일체지를 얻으려면 일체지와 같이 머무러야 한다. 어떻게 머무러야 하는가. 어떤 법에도 머무르지 않는 것이 일체지에 머무르는 것이다.
 법을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을 일체지라 하고 사람의 법과 부처의 법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는 것을 일체지라 한다. 그러므로 일체지를 구해 얻으려는 이는 네 가지 요소에서 그것을 얻는 줄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몸을 몸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니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인연으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덕법이 있다 하지만 공덕법은 없는 것이요, 내가 가진 것을 내 것이라 하지만 그것은 다 내 것이 아니다. 나란 생(生)이 없는 것이니 생이 없으면 생각이 없고 생각하면 그것은 생이 아니다. 보이거나 보는 것은 다 생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생도 없고 생기는 지혜도 없음을 알기 때문이니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이 일체 지이니라.』
 문수사리가 이렇게 말했을 때 二천 천자들은 다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고 만 二천 사람은 모두 위 없는 평등한 도의 마음을 내었다.
 낙부동(樂不動) 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보살은 어떻게 머무러야 하는가를 여쭈어 보십시다.』
 그 때에 문수사리는 곧 신통으로 부처님으로 화하여 대중 가운데 앉았다. 그 형상과 의복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았다.
 문수사리는 파저반구리 보살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기 부처님이 계십니다. 당신은 보살의 머무름을 여쭈어 보십시오.』
 파저반구리 보살은 그가 변화로 나아가 꿇어앉아 물었다.
 『부처님이시여, 보살은 어떻게 머무러야 합니까.』
 화불(化佛)은 말하였다.
 『내가 지금 하는 것처럼 보살은 이렇게 머무러야 하느니라.』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부처님처럼 하는 것입니까.』
 그 부처는 말하였다.
 『나는 보시도 따르지 않고 계율 . 인욕 . 정진 . 선정 . 지혜 등도 따르지 않으며 욕심도 따르지 않고 빛깔도 따르지 않으며 빛깔 없음도 따르지 않고 몸의 행도 따르지 않으며 입의 행도 따르지 않고 뜻의 행도 따르지 않는데 그것은 모든 행에 집착이 없기 때문이다.』
 그 부처는 파저반구리에게 물었다.
 『허깨비에서도 어떤 행을 따름이 있는가.』
 『따르는 행이 없읍니다.』
 『만일 허깨비에 따르는 행이 없다면 보살은 그렇게 행동해야 하느냐.』
 파저반구리는 문수사리에게 다시 물었다.
 『이 부처에도 화불이 없읍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모든 법은 허깨비와 같음을 당신은 아십니까.』
 『모든 법은 진실로 허깨비와 같습니다.』
 『모든 법은 허깨비인 줄 알면서 왜 또 부처의 변화를 묻습니까.』
 그리고 문수사리는 다 말 하였다.
 『당신은 모든 부처가 다 허깨비라고 생각하십니까.』
 파저반구리는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부처는 무엇으로 변화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하는 일이 본래부터 청정하지마는 짐짓 변화를 부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수사리는 이어 말하였다.
 『그러므로 부처에게는 <나>가 없고 중생도 없으며 사람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또 부처를 의지해 머무르지도 않고 범부를 의지해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파저반구리는 또 화불에게 물었다.
 『본래 무엇을 공부해 부처를 이루었읍니까.』
 그 부처는 말하였다.
 『공부가 없는 것이 보살의 공부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것을 구하려 한다거나 구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근심하거나 기뻐하지도 않으며 반연하지도 않고 변화하지도 않으며 보는 것도 없고 있는 장소도 없으며 생각도 없고 문자도 없으며 빛깔도 없어 아무 것도 바라지 않나니 이것이 보살의 공부이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평등한 공부라 하고 이렇게 공부하는 이는 집착도 없고 얽매임도 없으며 이렇게 공부하는 이는 탐욕도 없고 분노도 없으며 우치도 없고 이렇게 공부하는 이는 사랑하는 것도 없고 미워하는 것도 없으며 이렇게 공부하는 이는 「나는 이것을 공부한다거나 이것이 공부이므로 이렇게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렇게 공부하는 이는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그 부처는 이어 말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구해 부처가 되려는 이는 나처럼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의 공부입니까.』
 그 부처는 말하였다.
 『죄를 짓지도 않고 죄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주는 것도 없고 가지는 것도 없으며 가지지 않는 것도 없다. 계율을 지니지도 않고 또 계율도 없으며 욕을 참지도 않고 나쁜 뜻을 가지지도 않으며 정진하지도 않고 또 게으름도 없으며 좌선도 하지 않고 또 뜻이 어지럽지도 않으며 지혜롭지도 않고 또 아는 것도 없다. 배우려 하는 것도 없고 배우는 것도 없으며 이루려 하는 것도 없고 이루는 것도 없으며 보살도 없고 불법도 없으며 내 몸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남의 몸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는 것에 생각이 없어 법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법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또 생각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또 그 부처는 말하였다. 
 『보살은 이렇게 공부하여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법의 성질은 꼭둑각시와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다 모여 된 것이니 왜 그러냐 하면 한량 없는 일은 다 공(空)이어서 아무 것도 없으므로 모이더라도 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볼 수 없는 것이니 왜 그러냐 하며 모든 법은 평등하여 차별이 없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침묵하는 것이니 왜 그러냐 하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장소가 없는 것이니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생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다고 믿는 이는 행하기도 생각하지 않고 해탈도 생각하지 않으며 또 보살이라 하여 뽑내지도 않는다.』
 또 그 부처는 말하였다.
 『이런 공부의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거나 겁내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살이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저 허공은 불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비도 두려워하지 않고 연기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구름도 두려워하지 않고 천둥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번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공(空)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살도 이와 같이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은 보살은 모든 악마를 굴복시키고 부처가 되어 모든 중생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화불은 이렇게 말하고 이내 사라졌다.
 파저판구리 보살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지금 그 부처님은 어디로 갔읍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오는 곳으로 갔으니 가는 곳에서 올 것입니다.』
 파저반구리는 물었다.
 『허깨비는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는데 어찌 온다고 합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마치 허깨비는 오는 길도 없고 가는 길도 없는 것처럼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읍니다.』
 그는 또 물었다.
 『모든 법이 있는 곳은 어딥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스스로 머무는 그 곳입니다.』
 또 물었다.
 『모든 법은 어찌하여 제가 지은대로의 그 곳에서 있읍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모든 법은 짓는 것도 없고 죄도 없으며 지은 이도 없고 죄도 없읍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다 법신(法身)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물었다.
 『짓는 것도 없고 죄도 없다면 어찌하여 사람은 그 짓는 것을 따른다고 합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실로 그 지문과 같이 사람도 짓는 것이 없고 또 죄도 없읍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사람도 법신이기 때문이니 짓는 것도 없고 죄도 없으며 지은대로 얻음도 없다는 것, 이 세 가지는 평등한 것입니다.』
 또 물었다.
 『그 세 가지는 평등한 것입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부처가 평등하기 때문에 그 세 가지도 평등합니다.』
 또 물었다.
 『부처는 지음도 없고 죄도 없으며 얻음도 없다면 그 세 가지는 무슨 인연으로 평등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부처는 지음도 없고 죄도 없으며 얻음도 없다. 그러나 그 지음과 죄와 얻음이 작용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다. 그 죄도 지내고 나면 죄를 볼 수 없고 과거와 미래도 부처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때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함께 있던 존자 샤아리푸트라와 아아난다와 여러 비구들은 모두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문수사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장하여라. 상인의 하는 일이여, 그는 법으로는 모두를 감동시키어 법신을 떠나지 않게 하는구나. 지혜로운 사람으로 이 말을 들으면 누가 발심하지 않겠는가.』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진실로 저 문수사리의 말과 같다. 보살은 공부할 것이 없음을 공부하고 그 말은 평등하며 심은 그대로 열매를 얻는다. 보살은 지혜를 공부하여 지혜 그대로 말한다.』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공부하여 그 지혜를 성취하라.』
 정중광명(頂中光明) 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어떤 것이 성문의 공부며 어떤 것이 보살의 공부입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한정이 있고 집착이 있는 것은 성문의 공부요, 한정이 없고 걸림이 없는 것이 보살의 공부니라. 성문은 배운 것이 적어서 그 지혜가 적으며 보살은 배운 것이 많아서 그 지혜는 끝이 없고 그 말은 걸림이 없느니라.』
 광지(光智) 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감응하시어 저 문수사리를 이 모임에 오도록 하십시오. 왜 그러냐 하오면 그가 이 모임에 있으면 이 대중은 큰 이로움을 얻을 것입니다. 즉 문수사리의 설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그 설법을 듣고 싶어하는 이는 그 하고 싶은대로 각각 들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감응하시자 문수사리는 곧 二十五명의 상인과 천자(天子)들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와 예배하고 서 있었다.
 광지 보살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부처님이 여기 계신데 왜 다른 곳에서 설법하고 있었읍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내가 여기 있지 않은 것은 부처님은 너무 거룩하시어 감당할 수 없었고 내 설법이 그 마음에 들는지 들지 않을는지 몰랐기 때문이니 그래서 다른 데 있었읍니다.』
 그 보살은 또 물었다.
 『어떤 법을 말해야 부처님 마음에 들겠읍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그것은 부처님이 아실 것입니다.』
 또 말하였다.
 『그러나 당신은 아실 것이니 그 뜻을 말해 주시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내가 아는대로 조금 말하겠읍니다.』
 또 물었다.
 『어떤 말입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말하는 말과 말하는 법은 다르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본제(本際)와 같아서 말할 수 없읍니다. 그러나 법대로 머무르고 법대로 말하면 부처님 마음에 들것입니다.
 모든 법은 붙들 거도 없고 끊을 것도 없으며 반연하지도 않고 반연 되는 것도 없으며 느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다. 이렇게 말하면 부처님 뜻에도 어긋나지 않고 몸에도 손실이 없으며 남에게 손해를 주지도 않고 법에 손실도 없으며 생사의 이치에 어긋나지도 않고 또 열반을 해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을?.』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렇다. 문수사리의 말은 여래의 마음에 든다. 왜 그러냐 하면 문수사리의 말은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 꼭 중도(中道)에 맞으므로 따로 생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는 삼매에 들어 사실대로 말하므로 모든 법의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을 보지 않는다. 문수사리의 말은 여래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八백 천자는 다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었다.
 그 때에 그 모임에는 또 二백 천자가 있었다. 그들은 다 이전에 보살의 마음을 내었으나 아직 그것이 견고하지 못하여 타락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생각하였다. 
 「불법은 끝이 없고 부처 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보살을 배우지 말고 차라리 아라한이나 벽지불로서 열반에 들자.」
 부처님은 그들이 다 보살이 될 수 있으나 중도에 마음이 변할 줄 알고 신통으로 한 선지식을 만들으셨다. 그 선지식? 온갖 맛난 음식을 바릿대에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서 예배하고 그 바릿대를 부처님께 올리면서 말하였다.
 『가엾이 여겨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은 그것을 받으셨다.
 『문사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자시기는 하지마는 옛날 은혜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샤아리푸트라는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본래 어떤 일을 하셨기에 문수사리가 옛날 은혜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고 말하는가 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문수사리는 전생에 어떤 공덕이 있어서 부처님께 올렸읍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시되
 『우선 참아라. 지금 그대 의심을 풀어 주리라.』
하시고 그 바릿대를 땅에 놓으시니 그것은 땅에 빠져 七十二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부처 세계를 바로 지나 내려갔다. 그 세계 이름은 구하사(밝게 개벽했다는 말)라 하고 그 부처 이름은 다비야라 광명왕(光明王)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바릿대는 지금 그 부처 세계의 허공에 있으므로 가진 이가 아무도 없다.
 그 바릿대가 그 부처 세계를 지나갈 때 그 부처의 시자(侍者)는 모두 그 부처께 물었다.
 『이 바릿대는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그 부처들은 대답하였다.
 『이 위에 사바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 부처 이름은 석가문이라 하는데 이 바릿대는 거기서 온다. 왜 그러냐 하면 보살의 뜻에서 타락하려는 이를 신통으로 감동시켜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가서 바릿대를 찾아 오라.』
 샤아리푸트라는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고 또 자기 지혜의 힘으로 만 삼매에 들어 만 부처 세계를 지나갔으나 그 바릿대를 보지도 얻지도 못하고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사뢰었다.
 『아무리 찾아 보았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했읍니다.』
 부처님은
 『우선 그만 두라.』
하시고 다시 마우드갈라야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찾아 오라.』
 그는 곧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고 자기의 신족통(神足通)으로 八천 삼매에 들어 八천 부처 세계를 지났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하고 삼매(三昧)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사뢰었다.
 『아무리 찾아보았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했읍니다.』
 부처님은 수우비티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찾아오라.』
 그는 곧 만 二천 삼매에 들어 만 二천 부처 세계를 지나갔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하고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사뢰었다.
 『아무리 찾았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했읍니다.』
 그리하여 五백 비구들이 각각 신족으로 가서 찾았으나 보지도 얻지도 못하였다.
 수우부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륵보살에게 사뢰었다.
 『당신은 재주가 뛰어나고 일생보처(一生補處)로서 장차 부처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릿대를 찾으러 갔으나 얻지 못했읍니다. 당신이 가서 찾아 오시기를 바랍니다.』
 미륵은 답하였다.
 『당신의 말과 같이 나는 실로 일생보처입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문수사리의 지은 삼매와 그 명자에 따르지 못합니다.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내가 부처가 될 때에는 항하(恒河)의 모래알 수 같은 문수사리님이라도 내가 걸을 때 발을 들고 내려 놓는 일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문수사리님보다 못하니 그 분에게 알려서 찾아 오는 일이 좋겠읍니다.』
 수우부티이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를 보내어 그것을 찾아 오게 하십시오.』
 부처님은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찾아 오라.』
 문수사리(文殊師利)는 잠자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부처님이나 대중을 떠나지 않고서 그 바릿대를 가져 오리라.」
 그는 곧 어디고 들어갈 수 있는 삼매에 들어 대중 앞에서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그 손은 밑으로 내려가 부처 세계를 지날 때에는 모든 부처님이 그 발을 대주셨으므로 밑에서는 그 소리를 모두 듣고 말하되 석가모니 부처님께 문안하라고 하였다. 즉 그 팔의 낱낱 털은 백억의 천 광명을 내는데 그 낱낱 광명에는 억백천의 연꽃이 있고 그 낱낱 연꽃에 있는 보살들은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그것이 지나가는 세계는 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세계에는 다 장엄한 당기와 번기를 세웠다. 그 지나가는 곳에서는 문수사리가 오른 손으로 모든 부처님의 발을 받들고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이 문안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七十二의 항사(恒沙) 수 같은 세계를 지나 명개벽(明開闢)세계에 이르러 다비라야 부처 앞에 나아가 석가모니 부처님의 문안을 알린다.
 그 팔의 낱낱 털에는 억백천의 광명과 억백천의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에는 보살들이 앉아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이 공덕을 찬탄하는데 그 보살들의 광명과 부처님의 광명은 서로 뒤섞이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광명왕 부처 곁에 있는 시자(侍者)를 보았다. 광존(光尊) 보살은 그 부처님께 물었다.
 『이것은 누구 팔인데 이처럼 아름다우며 그 털의 광명과 연꽃에 있는 보살들은 저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고 있읍니까.』
 그 부처는 말하였다.
 『이 위로 七十二의 항사(恒沙) 수 같은 세계를 지나 사바라는 세계가 있고 거기 있는 부처의 이름은 석가모니라하며 그 앞에 있는 보살로서 이름을 문수사리라 한다. 그는 불가사의한 큰 서원이 있고 그 지혜는 끝이 없다.
 그는 그 부처 앞에 계속해 있었는데 바릿대 때문에 손을 놓아 여기까지 뻗치었다.』
 그 보살은 이 생각을 하고 그 부처께 사뢰었다.
 『마치 목 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은 것처럼 우리는 그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사리 보살과 그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그 부처는 곧 두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七十二 항사 같은 세계를 환히 비추어 모두 환하게 하였다. 그 광명을 보는 사람은 모두 편안하게 되고 그 몸은 차가월라와 같이 되며 범부 비구들은 수다원을 얻고 세 길을 벗어난 사람은 오직 선정에 힘써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으며 이 광명을 얻은 보살은 다 일명삼매(日明三昧)를 얻었다.
 다비라야 부처 세계에 있는 보살들은 그곳에서 이곳을 다 보고 또 성문과 보살들도 이 세계를 보고는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깨끗한 유리와 진주가 진흙에 떨어진 것 같아 참으로 애석하다. 왜 그러냐 하면 사바세계의 보살들은 애석하게도 저기에 났기 때문이다.』
 다비라야 부처는 파기두 보살에게 말하였다.
『너는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우리 세계에서 천 겁 동안 선정을 닦아도 그것은 저 부처 세계 사람이 아침에 낮까지 자비를 행하는 공덕에 비하면 절반도 못 된다. 저 보살들은 숙명(宿命)이 있다 하더라도 잠깐 동안만 법을 닦으면 그 죄가 다 없어진다.』
 이곳 보살은 다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광명은 어디서 와서 우리 몸을 다 편하게 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밑으로 七十二의 항사 같은 부처 세계를 지나면 구하사라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 부처 이름은 다비라야라 하는데 그 부처가 두 눈썹 사이에서 광명(光明)을 놓는 것이다.』
 보살들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그 구하사 세계와 그 다비라야 부처를 보고 싶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곧 발 밑의 광명을 놓아 밑으로 七十二의 항사 같은 세계를 지나 구하사 세계와 다비라야 부처를 비추어 모두 환하게 하였다. 그 세계 보살들은 그 광명이 자기들 몸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모두 마비저 수미광명(須彌光明) 삼매를 완전히 얻었다.
 이곳 보살들은 모두 저 부처와 그 세계를 다 보았다. 마치 땅에 있는 사람이 해나 달이나 별들을 다 보는 것처럼 밑에서 이곳을 보는 것도
 이곳에서 밑의 다비라야와 구하사의 부처 세계를 보는 것과 같았다.
 문수사리는 오른 손으로 그 바릿대를 취하여 한량 없는 구리 . 나유타 백천 보살들과 함께 올라왔다. 때에 그가 지난 세계와 그 연꽃과 낱낱 털의 광명 등이 차츰 다 없어지고 그 바릿대는 손에 있었다.
 이곳 문수사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그 바릿대를 부처님께 드리니 부처님은 받으셨다. 밑에서 올라온 보살들도 다 예배하고 각각 그들 부처의 이름으로 석가모니 부처님께 감사하였다. 부처님이 곧 그들을 앉게 하시자 그들은 분부를 받고 다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문수사리에 관해 물었으므로 나는 지금 말하리라. 과거의 한량 없는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 겁에 용막능승(勇莫能勝)이라는 부처가 있었고 그 세계 이름은 무상(無常)이었다. 그 때에 八만 四천 인의 성문과 만 二천 인의 보살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 부처는 세도가(道家)를 위해 설법하였느니라.』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에 용막능승 부처는 다섯 가지로 흐린 세상에서 부처가 되었었다. 혜왕(慧王)이라는 비구는 경법에 밝았었다. 그는 바릿대를 가지고 유치국(惟致國)에 들어가 행걸(行乞)하여 온갖 맛난 밥과 여러 가지 음식을 얻었다.』
 그 때에 이구왕(離垢王)이라는 존자의 아들은 그 유모에 안기어 성문 밖에 있었다. 그 아이는 멀리서 경에 밝은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유모 품에서 내려와 그 비구에게 가서 음식을 청하였다. 비구는 꿀떡을 그에게 주었더니 아이는 그것을 먹고 맛이 있었으므로 유모는 돌아보지 않고 그 비구를 따라 용막능승 부처께로 가서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있었다.
 야나라야(若那羅耶) 비구는 음식을 담은 바릿대를 그 아이에게 주어 부처께 올리게 하였다. 아이는 그것을 부처게 올렸다. 그 부처는 그것을 받아 먹었으나 바릿대에는 음식이 가득 차 있었으니 그것은 그 아이가 가진 바릿대의 음식이 계속 전과 같았고 다시 八만 四천 비구와 만 二천 보살들이 모두 포식하였으나 그 아이가 가진 음식이 계속 본래와 같았다.
 그 부처는 위신으로 그 아이를 기쁘게 하고 아이는 전생에 지은 공덕의 힘으로 그 부처를 믿고 그 앞에 서서 찬탄하면서 가진 바릿대의 음식을 부처께 올렸다. 그러나 그 부처의 바릿대는 가득 찼으나 그가 가진 음식은 줄지 않았고 비구와 보살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었으나 그 음식은 계속 그대로 있었으니, 비로소 부처의 존엄은 없어지지 않고 더욱 늘어나며 부처를 공양하는 공덕은 중하고 늘어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그 아이의 한 바릿대의 음식은 이레가 지나도 줄지 않고 본래처럼 가득 차 있었다.』
 그 아파라기타타 부처는 그 아이를 교도하여 부처와 법과 비구에 귀의하게 하고는 다섯 가지 계율을 주어 회개하게 하고 공덕 짓기를 권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 아이의 부모는 여러 곳으로 아들을 찾아 다니다가 그 부처에게로 가서 예배하고 그 앞에 섰다. 그 아이는 그 부모를 보고 예배하고는 부처를 기리며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보살의 법에 들어와 일체 중생을 위하여 다시 발심하려 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부처는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그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 부처님 상호(相好)를 보십시오. 그 지혜는 무엇이나 다 알고 그 도는 일체를 구제하십니다. 나는 사문이 되고 싶습니다. 왜냐 하오면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부모는 말하였다.
 「착하다. 네 하고 싶은대로 해 주고 네가 구하는 것을 좋아하여 네 원대로 하라. 우리도 발심하여 너를 법으로 삼고 지금 곧 집을 모두 버리고 너를 본받아 사문이 되리라.」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이의 말대로 그 부모와 五백 사람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그 아파리기타타 부처에 의해 다 사문이 되었느니라.』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그대가 의심한 야나라야 비구는 바로 저 문수사리요, 그 때 그 존자 아들 유마라화야는 바로 나이며 문수사리가 내게 음식을 주어 공덕을 짓고 발심하게 한 것은 전생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은사(恩師)였기 때문이니라.』
 부처님은 이어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그 부처의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그 불가사의한 지혜가 어떻게 이루어진 것임을 알고 싶은가. 그것은 다 문수사리가 발동시킨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마음이 그 근본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또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나만 아니라 셀 수 없는 아승지 세계의 모든 부처도 다 문수사리에 발동 되어 그 이름을 모두 석가모니 부처라 하였고 이런 부처 수로 또 제식비 부처 . 식 부처 . 제화갈 부처 . 유위 부처라는 등의 부처가 있었다.』
 부처님은 또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부처의 이름을 다 말하려면 한 겁에서 또 한 겁에 이르더라도 마칠 수가 없는데 그것은 다 문수사리의 발동시킨 것이다. 그들 중에는 현재 법바퀴를 굴리는 이도 있고 열반에 든 이도 있으며 보살도를 행하는 이도 있고 도솔천에 있는 이도 있으며 어머니 태 안에 있는 이도 있고 지금 나는 이도 있으며 부처가 되려고 집을 떠나는 이도 있고 부처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이도 있으며 부처가 된 이도 있다. 이렇게 다 셀 수 없다.』
 부처님은 또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는 보살의 부모요, 또 가라밀(迦羅蜜)이다. 지금 묻는 바 무슨 인연으로 여래에게 올렸읍니까 함은 나의 얻은 바가 다 문수사리의 은혜를 입은 것이니 그것이 은혜이기 때문이다.』
 때에 그 二백 천자들은 생각하였다.
 「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다 이루는 것이 있으니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이 석가모니 부처님도 문수사리 때문에 발심하여 부처가 되었는데 우리는 왜 게을러 되겠는가.」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으므로 그 마음이 굳세어져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믿게 되었다.
 『문수사리는 손의 신통으로 바릿대를 얻었으므로 모두 감동하였으니 이것을 전생의 공부라 한다. 즉 이 세계의 밑에 있는 셀 수 없는 사람들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지금 시방 세계에 있는 모든 부처는 다 보배와 꽃일산으로 법을 공양하였으므로 온 三천대천세계가 다 꽃일산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 들었다. 그것은 석가모니 부처의 말씀과 같으니 그것은 다 문수사리가 감동시킨 것이다.』
 부처님은 또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남자나 여자로서 빨리 열반에 들려고 하는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사람들은 생사를 두려워하면서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위해 발심하지 못하고 성문이나 아라한이 되어 빨리 열반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 생사 가운데 있다」고 보는 보살로서 정진하는 사람은 벌써 부처가 되었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즉 과거의 셀 수 없는 아승지 겁에 일체도(一切度)라는 부처가 있었는데 그 수명은 一만 세였다.
 그는 백억 제자를 두었는데 막능승(莫能勝)이란 비구는 그 지혜가 매우 뛰어났고 그 뒤에 득대원(得大願)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 신통이 매우 뛰어났었다.
 그 때에 여래는 옷을 정제하고 바릿대를 들고 비구들과 함께 상명문국(常名聞國)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지혜를 갖춘 비구는 부처의 오른 쪽에 있고 그 신족을 갖춘 비구는 부처의 왼쪽에 있으며 회지(悔智)라는 비구는 부처를 모시고 뒤를 따르며 八천 보살은 앞에서 인도하였다. 그 중에는 석자(釋子)와 같은 이도 있고 옷을 입은 천자와 같은 이도 있으며 하늘과 같은 이도 있고 四천왕과 같은 이도 있어 여래를 위해 사람들을 시켜 길을 다 닦았다.』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부처는 성 안에 들어가 시장을 지나갔다. 존자의 세 아들은 모두 아직 어리나 그 장엄은 매우 아름다왔다. 그들은 장난하며 앉아 있다가 한 아이가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데 그 비구 보살들의 광명이 매우 으리으리함을 보고 손으로 가리키면서 두 아이에게 말하였다.
 「저기 오시는 부처님을 보는가. 그를 따라오는 이의 광명은 아주 좋지 못하다.」
 두 아이가 보았다고 말하자 이 한 아이는 말하였다.
 「저 어른은 아주 거룩해 모든 사람에서 뛰어나셨다. 우리는 공양하자. 그리하면 그 복이 무량하리라.」
 두 아이는 답하였다.
 「꽃도 향도 없는데 무엇으로 공양하겠는가.」
 그 한 아이는 몸에 걸었든 백진주(白眞珠)를 끌려 손에 들고 두 아이에게 말하였다.
 「이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자. 지혜로운 사람은 부처님을 뵙고는 탐욕을 내어서는 안 된다.」
 그 두 아이도 그를 본받아 머리에 있는 백진주를 집어 손에 들고 각각 찬탄하면서 부처님께로 가는데 마치 물을 건너는 것 같았다. 왜냐 하면 그 마음이 청정하여 평등하게 머무르기 때문이었다. 그 한 아이는 다시 두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공덕으로 무엇을 구할가.」
 한 아이는
 「나는 부처님의 오른 쪽에 있는 존자 비구니와 같이 되기를 원한다.」
하고 또 한 아이는
 「나는 그 왼쪽에 있는 신족(神足) 비구와 같이 되기를 원한다.」
하였다. 이 두 아이는 이렇게 그 소원을 말하고 그 한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소원이 무엇인가.」
 한 아이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처럼 광명이 무량하고 사자처럼 홀로 걸어갈 때 항상 대중이 나를 따르게 하고 싶다.」
 그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을 때 허공의 八천 천자들은 모두 말하였다.
 「착하다. 그대들의 말처럼 되면 천상 천하 모두가 그 은혜를 입을 것이다.」
 그들이 부처님 앞으로 갔을 때 여래는 그 시자(侍者) 사갈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저 세 아이들이 백진주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는가. 저 가운데 있는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부지런히 오는데 한 발을 들면 백 겁의 죄가 사라지고 한 발을 내려 놓으면 후생에 뒷 일마다 백 차가월라를 당할 것이다. 이런 수로 계속 죄가 사라지는 것은 저 범천이 한 번 발을 드는 공덕으로 부처님 백 번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마쳤을 때 그들은 부처님 앞에 와 예배하고 각기 그 백진주를 부처님 위에 흩었다. 성문의 마음을 낸 두 아이가 흩은 진주는 모두 부처님 어깨 위에 있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한 아이가 흩은 진주는 허공에서 빛나는 교로장(交露帳)으로 변하여 사방이 편편하고 그 가운데 있는 평상에는 부처님이 앉아 빙그레 웃었다.」
 사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웃으심은 반드시 그 까닭이 있는 줄로 압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성문에 뜻을 둔 두 아이를 보았는가. 그들은 다 생사의 두려움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보살의 마음을 내지 않은 것이니 그것은 빨리 열반에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시자는 또
 「그 한 아이는 어떻겠읍니까.」
고 물었을 때 그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 가운데 있는 아이는 그 뒤에 부처가 되었고 그 두 아이는 성문이 되었는데 그 한 아이는 지혜가 매우 뛰어났고 또 한 아이는 신족이 매우 뛰어났었다」라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그 가운데 있던 아이를 아는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모르겠읍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는 바로 나이니라. 그러면 그 오른 쪽 아이를 아는가.』
 『모릅니다.』
 『그 오른 쪽 아이는 지금 그대 샤아리푸트라요, 그 왼쪽 아이는 저 마우드갈라아야나이니라.』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전생에 생사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빨리 열반에 들려고 보살의 마음을 내지 않았고 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둔 한 아이는 지금의 나로서 부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내 법을 버리지 않았으므로 성문으로서 해탈을 얻은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빨리 열반을 얻고자 하는 이는 나처럼 마음을 내어 부처 되기를 구해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마는 그 빠르다는 것은 일체지 만한 것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걸림이 없고 특히 뛰어났으며 번뇌가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마음을 쓰며 가장 뛰어나고 특히 좋으며 성문이나 벽지불을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열반을 얻으려는 이는 일체지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승의 교법을 말씀하시자 만 사람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었고 샤아리푸트라 . 마우드갈라아야나 . 아아난다 . 사비 . 카아샤파 . 라아후라 . 두야화치 . 난리분뇩 . 두우타 수부우티 등 큰 비구들은 모두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찬탄하였다.
 『남자나 여자나 도를 구하려는 사람은 큰 뜻을 내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부처님께서 저희들을 백천 가지 법으로 말씀하셨으나 보살의 마음을 내지 못하고 아라한이 된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전생에 오역죄(五逆罪)를 지었더라도 그 죄를 벗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저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읍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부처 종자를 살아 버렸기 때문이며 저희들 그릇으로는 보살의 마음을 감당할 수 없읍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죽은 사람은 산 사람에 아무 이익이 없는 것처럼 지금 저희들의 해탈도 아무 이익이 없는 것입니다. 천상이나 천하의 두 발 가진 것이나 네 발 가진 것이 다 땅을 의지해 사는 것처럼 하늘도 사람도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이의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그 때에 아사세왕은 사마차(四馬車)를 타고 여러 대신들과 함께 부처님 앞에 나와 예배하고 서서 사뢰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죄를 짓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나와 남에 집착하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즉 몸을 탐하므로 몸에 집착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버리지 못합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탐애(貪愛)를 돕는 뿌리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무지입니다.』
 『그 무지의 뿌리는 무엇입니까.』
 『행동과 생각이 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왜 변합니까.』
 『본래부터 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본래부터 변합니까.』
 『꼭둑각시나 허깨비 같아 아무 것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변합니다.』
 『누가 변화시킵니까.』
 『지은 이가 없이 변화 하는 것입니다.』
 『나지도 않고 있는 것도 아니면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읍니까.』
 『나지도 않고 있지도 않으므로 헤아릴 수 없읍니다.』
 『의심은 어디서 일어나는 것입니까.』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없다면 어떤 것입니까.』
 『말을 들으면 의심합니다. 그러므로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도란 무엇이며 믿음이란 어떤 것입니까.』
 『음욕 . 분노 . 우치 등을 벗어나면 그것을 도라 하고 법의 근본을 얻지 못하고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을 믿음이라 합니다.』
 아사세왕은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말을 믿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모두 자기 탓입니다. 나는 악인의 말을 듣고 신하를 시켜 아버지를 죽였읍니다. 그것은 나라를 탐하고 재물을 탐하며 신하와 백성을 탐하고 영화를 탐하였기 때문에 지금 제가 신하를 시켜 아버지를 죽인 것입니다. 몸을 탐하여서 의심을 풀 수 없었읍니다. 그리하여 음식을 먹고 유희하거나 정전(正殿)에서 나라 일을 살피거나 궁중에서 다섯 가지 쾌락을 누리거나 혼자 있거나 혹은 여럿이 있거나 밤낮 그것을 잊지 못하므로 음식도 소화 되지 않고 누워도 편치 않으며 얼굴에는 환한 빛이 없읍니다. 그리하여 마음은 항상 두려워하면서 지옥을 떠나지 못할 줄을 압니다.』
 그리고 다시 호소하였다.
 『부처님은 장님에 눈을 주고 물에 빠진 이를 건져 주며 괴로와하는 이를 편하게 하고 두려워하는 이를 보호하며 빈궁한 이에게 재물을 주고 길을 잃은 이에게 길을 가리키십니다. 부처님은 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면서도 괴롭다 생각 않고 일체를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며 견고하고 후하게 대하며 언제나 고락(苦樂)을 참으면서 어떤 사람도 버리지 않습니다.
 지금 나는 두려워하고 있사온데 부처님만이 보호할 수 있읍니다. 위태로운 이를 편하게 하고 구원할 이 없는 이를 구원하며 돌아갈 곳 없는 이의 돌아갈 곳이 되어 주십시오. 눈이 없는 이를 보게 하고 너머지려는 사람을 붙들어 주며 지금 아비지옥과 내지 큰 지옥에 들어갈 이를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은 지금 말씀하시어 내 의심을 풀어 주시어서 이 마음이 열리어 죽을 때까지 남은 의심이 없게 해 주시고 이 무거운 죄를 가볍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아사세왕의 말이 매우 깊고 미묘하나 그 병은 고칠 수 없으므로 오직 부처와 문수사리 감응이 있기를 생각하셨다.
 샤아리푸트라는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고 아사세왕에게 말하였다.
 『그 의심을 풀려면 내일 아침에 음식을 받들고 문수사리 등을 그 궁전으로 청해 공양하십시오. 그리하면 그 권속들은 다 복을 얻고 또 라아자그리하 국민들도 다 그 공덕으로 근본을 삼을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곧 문수사리에게 사뢰었다.
 『큰 은혜를 베풀어 내일 아침에 우리 궁전에 왕림하셔서 공양을 받으십시오.』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마련하십시요. 공양하러 가겠읍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불법은 음식이나 의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사세왕은 사뢰었다.
 『무엇으로 공양해야 합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미묘한 법에 들어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알면 더러움도 없고 집착도 없으며 의심도 없고 어려워할 것도 없으며 무서움도 없고 한 가지도 두려운 것이 없으리니 그런 사람은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문수사리는 다시 말하였다.
 『모든 법을 생각하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과거도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으며 또 현재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은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문수사리에게 사뢰었다.
 『당신 말은 다 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직 이 몸을 가엾이 여겨 내 청을 받아 주십시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만 드시오. 도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왕이 나와 중생과 수명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로써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마음은 가짐이 없고 반연함이 없어 사대(四大)도 아니요, 오음(五陰)도 아니며 육쇠(六衰)도 아니요, 三계를 가진 것도 아니며 공덕도 아니요, 공덕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세속도 아니요 도도 아니며 죄도 아니요, 죄가 없는 것도 아니며 남은 것도 아니요 남음이 없는 것도 아니며 해탈도 아니요 해탈이 없는 것도 아니며 생사도 아니요, 열반도 아니라 생각하면 그는 자비를 받을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문수사리에게 사뢰었다.
 『그런 법을 들으니 더욱 기쁩니다. 그러므로 청하고자 하는 것이니 그 인연으로 나를 편하게 하십시오.』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당신은 인연이 있어 편하기를 바란다면 인연이 없으면 편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법에는 인연할 것도 없고 편안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또 뽑내지도 않으며 모든 것에 생각이 전연 없으면 그 때문에 인연이요, 편하여서 마음에 악의가 없고 뒤에도 재변이 없을 것이요, 뒤에 재변이 있으면 그것은 불안한 것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변동이 없어야 그것이 안온한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법에 변함이 없으면 편할 수 있읍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공하여 짓는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으면 그것은 양도 없고 원도 없으며 짓는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는 것이니, 내가 짓는 것이 있다거나 짓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때문에 변동하는 것이니 반연한바 없는 것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마는 그것은 실로 생사의 모양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에는 인연이 있다고 하나 그것은 다 아무 인연이 없는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생사라 하고 또 생사가 없는 것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과거는 지나갔다 생각하지 않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는 덧없다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법은 늘거나 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에게는 생사가 곧 생사가 없는 것이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해탈하지 못한 사람이 도와 합할 수 있을 수 있읍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당신은 해의 광명이 어두움과 합한다고 생각합니까.』
 『합해지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해가 뜨면 어두움은 다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두움의 간 곳을 알 수 없읍니까.』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 볼 수 없읍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도가 올 때는 마치 해가 뜨는 것과 같고 어두움의 간 곳을 모르는 것은 해탈하지 못함의 있는 곳을 모르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문수사리는 다시 말하였다.
 『도는 해탈하지 못한 것과 같고 해탈하지 못한 것은 도와 같은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다 공(空)이기 때문입니다. 해탈하지 못한 것과 도와는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모든 법은 평등한 것입니다. 이런 줄 알면 해탈하지 못한 것이 바로 도인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해탈하지 못한 것의 있는 곳을 모르므로 그것을 도라 하고 해탈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없으면 그것이 곧 도이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해탈하지 못한 것을 도라 합니까.』
 『해탈하지 못한 것이 곧 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도이기 때문입니다.』
 아사세는 다시 물었다.
 『그 도는 어떻게 배워야 합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모든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이 해야 합니다.』
 『배우는 모든 법은 그 장소가 있읍니까.』
 『도를 배운다 생각하면 그 도에 이르지 못합니다.』
 『그것을 배우면 열반에 갈 수 있읍니까.』
 『어떤 법이 열반에서 왔다 하여 나는 열반에서 왔다고 말합니까.』
 『그러면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읍니까.』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장소가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이 도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두어 도를 배워야 합니까.』
 『마음을 두는 곳이 없는 것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아사세는 또 물었다.
 『배우는 도는 깨끗한 계율이나 삼매나 지혜에 있지 않습니까.』
 문수사리는 답하였다.
 『그 도는 계율을 반연하지 않고 삼매도 구하지 않으며 지혜도 잘난 체하지 않는 데에 있읍니다.』
 문수사리는 아사세에게 물었다.
 『그러면 과연 계율을 반연하고 삼매를 구하며 지혜로 뽑낸다면 그것은 머무르는 곳이 있읍니까.』
 『없읍니다.』
 『그러므로 도는 머무르는 곳이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아사세는 다시 물었다.
 『남자나 여자들로서 어떻게 하여야 도에 나아갈 수 있읍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도를 배우려 하는 이가 모든 법의 항상됨이나 항상되지 않음을 보지 않고 해탈이 있거나 해탈이 없음도 보지 않으며 편하거나 괴로움도 보지 않고 나거나 일체 사람이라 함을 보지 않고 생사에 있거나 열반에 가는 것도 보지 않으면 도에 나아갈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문수사리 보살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내 청을 받아 주십시오. 왜냐 하면 내게는 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모든 법에는 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수명도 없다는 데에는 의심이 있읍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만일 없다면 그것은 있게 할 수도 없고 해탈할 것도 없으며 해탈하지 않을 것도 없읍니다. <나>라고 말하면 거기는 해탈이 있지마는 해탈이 없으면 해탈할 것도 없고 해탈 될 것도 없읍니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법은 다 해탈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무수한 사람들을 위해 아사세왕의 청을 받아 주라.』
 문수사리는 사뢰었다.
 『예, 부처님의 분부를 어기지 않기 위해 저 청을 받겠읍니다.』
 아사세왕은 못내 기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과 비구들과 또 문수사리에게 예배하고 떠나려 하다가 다시 샤아리푸트라에게 물었다.
 『일행이 몇 분이나 되겠읍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五백 인입니다. 모두 그 궁전에서 공양하게 하십시오.』
 왕은 성으로 돌아가 대신들에게 온갖 맛난 음식을 만들게 하고는 그 날로 궁전을 청소한 뒤에 번기 . 당기 . 휘장 . 꽃일산 등을 시설하고 땅에는 꽃을 펴고 이름 난 향을 모두 피웠다. 그리고 五백 개의 평상을 벌려 놓고 여러 가지 빛깔의 진주 구슬이 달린 자리를 깔아 온 궁전 안을 다 장엄하여 꽃과 향으로 깔았다.
 그리고 명령을 내려 성(城)과 거리와 시장 등을 깨끗이 쓸고 꽃과 향으로 따르게 하였다. 길 가에는 휘장을 치고 당기 . 번기를 세웠다. 그 마을의 문들에는 다 쌍결화(雙結華)를 만들어 세웠다. 그리하여 인민들을 시켜 내일 아침에 모두 길에 나와 문수사리를 맞이하고 공양하게 하였다.
 『그날 저녁에 문수사리는 생각하였다.
 「내가 소소한 적은 대중들과 함께 그 청을 받아 가면 남을 감동시킬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세계로 가서 여러 보살을 청해 그들과 함께 가서 그 청을 받고 또 모두 설법을 듣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거기서 사라져 잠깐 동안에 동방으로 八만 二천의 부처 세계를 지나갔다. 그 세계 이름은 상명문(常名聞)이요 그 부처 이름은 유정수(惟淨首)로서 현재에 많은 보살만 있고 외도는 없었으며 거기서는 항상 물러나지 않는 법의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그 세계 나무들은 다 갖가지 보배로 되었고 꽃잎은 무수한 빛깔로 되었으며 바람이 한 번 불면 그 나무에서는 부처 소리 . 법의 소리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있는 비구의 소리만 들리었기 때문에 그 세계 이름을 사타유구타(상명문)라 한다.
 문수사리는 거기서 그 부처께 예배하고 사뢰었다.
 『내 소원을 들어 이 보살님네를 다 저 사바세계로 보내어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게 하십시오.』
 그 부처는 대중에게 말하였다.
 『가고 싶은 이는 다 가라.』

 

 

...

불설아사세왕경 상권.docx
0.0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