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제82권

천경집(天鏡集) 상 권

oṃ maṇi padme hūṃ 2026. 3. 1. 00:39

 천경집(天鏡集) 상 권

 

 해원(海源) 지음

 

 문인 취운 성안(門人翠雲聖?)

 문손 덕암 영제(門孫德岩?)

 문손 뇌묵 등린(門孫雷默等?)

 

 의혜(意慧)에게 줌

 

 여원 대는 연기와 어울려 찬데

 향기로운 꽃은 나비를 마냥 부른다.

 봄 바람이 아무리 빛이 고우나

 그 눈과 서리에 어찌할 건고?

 瘦竹和烟冷 香花引蝶多

 春風雖艶色 其奈雪霜何

 

 세상을 탄식함

 

 요즈음의 무리를 가만히 생각하면

 친소와 훼예(毁譽)가 너무나 많다.

 세상이 모두 이와 같거늘

 나도 장차 어찌할 수 없구나.

 今時 親踈譽多

 世也皆如此 吾將沒奈何

 

 관음굴(觀音窟)

 

 바다의 빛은 대 앞에 넓은데

 물결 소리는 굴 앞에 깊다.

 주인은 세상 일 다 잊었나니

 오직 저 흰 갈매기 마음이네.

 海色臺前 波聲窟內深

 主人忘世事 惟是白?

 

 염불(念佛)하는 사람에게 보임

 

 지옥에 드는 사람 수가 없으나

 연꽃에 나는 이는 그 끝이 있다.

 안양으로 가는 길 알려 하는가.

 부디 주인옹에게 물어 보게나.

 入獄雖無數 生蓮政有窮

 欲知安養路 須問主人翁

 

 뇌암 대사(雷庵大師)

 

 우뢰가 크게 천상에 울어

 인간을 한 번 비로 적신다.

 강산의 더러움을 씻어 버리고

 청정하나니 바로 그 암자이네.

 雷大鳴天上 人間一雨沾

 江山消垢稽 淸淨即其庵

 

 송파 대사(松坡大師)

 

 덕이 높으매 사람 모두 우러르고

 마음이 한가하매 도도 또한 높아진다.

 세상 인정은 백척의 장대인데

 첩첩한 산중 절의 문을 닫는다.

 德重人皆仲 心閑道亦尊

 世情竿百尺 疊嶂掩禪門

 

 자암 대사(紫岩大師)

 

 어버이를 모시매 효도가 지극하고

 부처님을 섬기매 깊은 정성이 있다.

 일찌기 무늬 없는 인을 차고서

 언제나 글자 없는 경을 읽는다.

 侍親窮至孝 事佛有深誠

 曾佩無文印 常看沒字經

 

 준청(俊淸)스님에게 보임

 

 달 빛은 창 사이에 희고

 소나무 소리는 베개 위에 맑다.

 이 가운데 의취 많건만

 세상 사람과는 평하기 어렵나니-.

 月色窓間白 松聲枕上淸

 此中多意趣 難與世人評

 

 혜신 대사(慧信大師)

 

 사랑과 미움은 위순(違順)의 속이요

 비방과 칭찬은 친소 사이다.

 세상 길이 마치 장대 끝과 같나니

 몸을 뒤치어 진퇴하기 어렵구나.

 愛憎違順裏 毁譽親踈間

 世路如竿上 翻身進退難

 

 도관 상인(道寬上人)에게 답함

 

 나는 지금 유()가 아닌 유인데

 그대 또한 공()이 아닌 공이다.

 공과 유, 그 모두 도가 아니니

 부디 두 소견으로 봉하지 말라.

 我今非有有 君亦不空空

 空有雙非道 休將二見封

 

 또 원혜(圓慧)에게 줌

 

 나그네 탑이 한가해 일이 없어

 턱을 고이고 죽방(竹房)에 누웠나니

 오직 들리는 것 시냇가 버들 위에

 꾀꼬리 노래 한 가락이 길어라.

 客榻閑無事 支臥竹房

 惟聞溪柳上 鶯歌一曲長

 

 체우 대사(體愚大師)에게 답함

 

 물은 바로 물결 속에 있나니

 도는 몸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다.

 안빈이 너의 참 즐거움이라

 어디로 가난 근심을 잊고 사네.

 水是波中在 道非身外求

 安貧眞汝樂 到處送忘憂

 

 포학 상인(飽學上人)에게 답함

 

 나그네라 더불어 이야기할 이 없고

 한 해의 봄을 헛되이 보냈구나.

 다행히 네가 내게 게송을 청하나니

 적막한 물가에서 유유히 지내라.

 客狀無與語 虛送一年春

 幸爾來求偈 從容寂寞濱

 

 명성 대사(明性大師)에게 보임

 

 산과 물에도 재촉하는 광음(光陰)이라

 사람 위에 잠깐도 머물지 않네.

 청춘에 해 놓은 아무 일 없고

 백발에 만나는 가을을 한탄하네.

 山水光陰促 爲人不暫留

 靑春無所業 白髮恨逢秋

 

 각심 상인(覺心上人)에게 줌

 

 비고 실체 없는 파초의 바탕

 사대도 또한 그와 같건만

 견고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고

 금석으로 생각해 천년을 도모하네.

 芭蕉戲幻質 四大亦如然

 不識非堅固 金石計千年

 

 웅암 화인헌(熊岩和仁軒)

 

 달이 올라와 등불이 되고

 구름이 와서 친구 되는데

 저 주인은 방장(方丈)에 앉아

 총채 휘두르며 [1]금서를 강론한다.

 月出爲燈燭 雲來作伴

 主人方丈坐 揮塵講金書

 

 우찰 대사(愚察大師)

 

 큰 바다도 다 말릴 수 있고

 수미산도 다 갈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 다하지 않은 것은

 오직 六근의 허물이니라.

 大海猶能渴 須彌亦可磨

 其中難盡者 惟是六根瑕

 

 탐진을 이미 다 버렸거니

 다시 명리를 어찌 찾으리.

 세상은 마치 아침 이슬 같건만

 그래도 처음 지켜 마음을 안 변하네.

 貪嗔曾已捨 名利更何尋

 世上如朝露 守初不變心

 

 내게는 서래(西來)의 가락이 있어

 이 우주 사이에서 높이 불건만

 마침내 자기를 만나지 못해

 돌아와 설봉관에 누워 있노라.

 我有西來曲 高吹宇宙間

 子期終不遇 歸臥雪峰關

 

 우 음(偶吟)

 

 중생들의 맑고 깨끗한 성품

 진겁(塵劫) 동안 본래 아무 티 없다.

 그렇다면 二만의 연등 부처님

 서로 내리 전한 것 그 무엇인가?

 群生淸淨性 塵本無瑕

 二萬燃燈佛 相傳是甚麽

 

 국추 선사(國秋禪師)에게 답함

 

 도에는 남북의 도가 없지만

 사람에는 고금의 사람이 있다.

 저 천강의 물을 맛보다 보라

 그 맛이 한 맛임을 아마 아리라.

 道無南北道 人有古今人

 試甞千江水 應知一味均

 

 보인 상인(寶印上人)

 

 해안으로 음계를 비추어 보매

 낱낱 신근이 모두 비었다.

 하물며 보인을 다잡고 있거니

 모든 법이 본래 다 공한 것을.

 海眼照陰界 身根一一空

 況於提寶印 萬法本來空

 

 반야봉(般若峰)

 

 지리산의 저 반야봉을 보라.

 일찌기 수 많은 겁을 지나며

 천지 사이에 우뚝히 서서

 풍상의 괴로움에 늙지 않나니

 智異般若峯 曾經多

 兀然天地間 不老風霜苦

 

 지 족(知足)

 

 모든 부족을 다 거두고 나면

 부족이 도리어 만족이 된다.

 만족을 구하는 세상 사람들

 부족이 만족인 줄 알지 못하네.

 收諸不足 不足還爲足

 求足世間人 不知不足足

 

 쾌언 대사(快言大師)

 

 흰 머리로 새해를 맞이하나니

 또 한 봄을 못내 슬퍼하노라.

 오래 머물지 않는 이 생이거니

 부디 탐진의 죄를 짓지 말아라.

 白髮逢新歲 深嗟又一春

 此生非久住 且莫造貪嗔

 

 금하 대사(錦霞大師)에게 보임

 

 흰 벽옥은 집안의 보배인데

 누른 금덩이는 도덕의 재앙이다.

 부디 [2]승묵의 밖으로 뛰어넘어

 바로 윗머리를 밟고 오너라.

 白璧家中寶 黃金道德災

 須超繩墨外 直踏上頭來

 

 계운 대사(桂雲大師)에게 부침

 

 마음은 모든 법을 좇아 생기고

 모든 법은 마음을 좇아 멸한다.

 마음과 법이 본래로 공했나니

 다시 전해야 할 한 물건 없네.

 心從萬法生 萬法從心滅

 心法本來空 更無傳一物

 

 금곡(金谷) 스님에게 답함

 

 내 다님()은 머무를 곳 없나니

 어디엔들 살기에 마땅찮으랴.

 이 금곡에는 섶과 물이 많나니

 부디 다시 와서 [3]패서 강하라.

 吾行無所住 何處不宜

 金谷多柴水 重來講貝書

 

 병승(病僧)에게 보임

 

 四대란 본래 아무 것도 없는 것

 앓는 그 물건 그 무엇인고?

 앓는 중에서 앓지 않는 것

 그것은 바위 앞의 푸른 물소리.

 四大本來空 痛者是甚麽

 病中不病者 岩前綠水聲

 

 밤에 앉아

 

 찬 방 안에 화로 끼고 앉았는데

 창 앞에는 눈 속의 달이 밝구나

 푸른 소나무에 늙은 학이 졸다가

 새벽 종소리에 놀라 깨어 우네.

 寒榻擁爐坐 窓前雪月明

 蒼松眠老鶴 驚起曉鐘鳴

 

 무가 선사(無可禪師)에게 줌

 

 법에는 원래 가()함 없는데

 사람들 새삼 아주 친한다.

 다만 가()함이 없는 법 잡아

 아주 친한 사람들에 나누어 주라.

 法法元無可 人人更

 只將無可法 分付親人

 

 환공 명택(喚公明澤) 스님에게 보임

 

 토끼의 뿔과 거북이 털의 집을

 겁 밖의 허공에 지어 놓았다.

 여섯 창에 바람과 달이 좋은데

 언제나 주인공을 부르고 있네.

 兎角龜毛室 經營外空

 六窓風月好 常喚主人公

 

 허정 선사(虛靜禪師)에게 줌

 

 북쪽 바다의 뿌리 없는 나무가

 일찌기 겁 밖의  봄에 나더니

 남쪽 땅으로 가서 꽃이 피고는

 가지에 가득 열매가 새로와라.

 北海無根樹 曾生外春

 花開南地去 結子滿枝新

 

 가을 밤

 

 [4]옥루(玉漏)는 삼경(三更)의 밤인데

 [5]금풍이 부는 구월의 가을이다.

 고요히 앉아 낙엽 소리 듣나니

 흰 머리에 시름이 또 생기네.

 玉漏三更夜 金風九月秋

 坐來聞落葉 白髮又生愁

 

 성초 선사(性初禪師)

 

 한 번 조계산(曹溪山)에서 자고 난 뒤로

 아름다운 명성(名聲)이 당 나라에 가득했다.

 예나 이제나 어찌 뜻이 다르랴.

 스님도 또한 무상을 깨쳤으리.

 一宿曹溪後 佳聲滿大唐

 古今何異趣 師亦悟無常

 

 의일 선사(義一禪師)

 

 ()을 지고 우물을 메워 갈 때에

 부디 중도에 쉬는 일 없게 하라.

 만일 귀일(歸一)의 뜻을 안다면

 모든 법에 또 무슨 의심 있으리.

 擔雪塡井去 須無間斷時

 若知歸一義 萬法又何疑

 

 또 청파장로(淸波長老)에게 줌

 

 법의 바다의 맑은 물결에

 어룡의 그 수가 한이 없나니

 낚싯줄을 바로 내리는 곳에

 고기들이 낚시에 걸려 오르네.

 法海淸波 魚龍數莫窮

 絲綸直下處 鱗甲上鉤中

 

 진문 상인(震聞上人)에게 줌

 

 세상 길은 염소의 창자 굽이굽이요

 사람 정은 호랑이 뿔처럼 위험하여라.

 그것은 다 명리 길 때문이거니

 흰 구름 무더기 속으로 깊이 드노라.

 世路羊曲 人情虎角危

 皆由名利道 深入白雲堆

 

 송호 권생(松湖權生)에게 붙임

 

 달은 송호 물에 떨어지는데

 물은 밝은 달빛을 가득 담았다.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는 것은

 달빛과 소나무 소리 그것 뿐이네.

 月落松湖水 水月色明

 古今無變異 月色與松聲

 

 참선하는 여가에 한가히 읊다

 

 눈은 [6]금사에 떨어져 고요한데

 [7]옥동을 찾는 사람 아무도 없다.

 소나무 사립문을 늘 닫고 앉았나니

 참선할 뜻이 혼침(昏沈)을 깨뜨리네.

 雪落金沙靜 無人玉洞尋

 松關長掩坐 禪意破昏深

 

 혜공(慧空)에게 답함

 

 봄날 한가하여 아무 일 없어

 산 속에 일어나는 흥취가 길다.

 피곤해 한 잠을 자고 났나니

 보슬비가 평상을 침노해 차네.

 春日閑無事 山間引興長

 困來打一睡 微雨冷侵床

 

 성봉(星峰)에게 답함

 

 세간의 저 많은 무리들

 누구나 다 붉은 꽃 사랑하네.

 그러나 누가 아리 저 성봉 밑에

 푸른 잣나무 바람이 언제나 찬 줄을.

 世間多少 無不愛花紅

 誰識星峯上 長寒翠栢風

 

 낙민루(樂民樓)

 

 큰 들은 동명에서 끝나는데

 층층한 봉우리에 북극이 멀다.

 성 밑의 물을 내려다 보면

 사람들은 거울 속의 다리 건너네.

 大野東溟盡 層峯北極遙

 俯看城下水 人渡鏡中橋

 

 석양도중(夕陽途中)

 

 해는 구름 산에 지려 하는데

 황혼에 나그네의 길은 아득하여라.

 오늘 밤에 잘 곳은 어디메인가?

 달 밝은 강 마을의 저 서쪽이다.

 日欲雲山盡 黃昏客路迷

 今宵何處宿 明月水村西

 

 청봉(靑峰)스님에게 줌

 

 나는 三척의 거문고 가지고

 서래(西來)의 가락을 타 내지만

 티끌 세상에 지음이 적은데

 오직 스님만이 알아 주는구려.

 吾將三尺琴 彈出西來曲

 塵世少知音 惟師還識得

 

 푸른 손

 

 푸른 빛깔을 서릿발 앞에서 보는데

 차가운 소리는 달 아래서 듣는다.

 무궁한 소리와 그 빛깔을

 오늘 누구에게 전해 줄꺼나?

 翠色霜前見 寒聲月下聞

 無窮聲與色 今日與誰傳

 

 죽암의 푸름(竹菴碧)

 

 저 푸른 대는 절개를 능히 가져

 차가운 소리가 달밤에 새롭다.

 저 상설의 괴로움을 마음대로 하여

 천고에 냉연히 티끌이 없다.

 碧竹能持節 寒聲月夜新

 任他霜雪苦 千古冷無塵

 

 절 구(絶句)

 

 옛날엔 얼굴이 불그레한 선비더니

 오늘엔 머리털이 흰 사람 되었네.

 부질없이 티끌 세상에 와서

 몇 해의 봄을 헛되이 보냈는고?

 昔日紅士 今朝白髮人

 空來塵世上 虛負幾年春

 

 이 수재(李秀才)

 

 동쪽 봉우리에 외로운 달이 오르고

 푸른 물은 서쪽 ?울에 가득하다.

 저 물과 달은 무심히 비치면서

 천고에 조금도 헷갈리지 않네.

 東峯孤月上 綠水滿西溪

 水月無心照 千秋政不迷

 

 해염(?) 스님

 

 저 큰 바다에 명주 있는데

 우리 스님은 그것 보는가?

 깊은 곳의 물을 알고자 하면

[8] ? 배를 타라.

 滄海明珠在 吾師見得麽

 欲知深淺水 ?乘槎

 

 최 수재(崔秀才)에게 답함

 

 문 밖에는 청산의 빛깔인데

 뜰 앞에는 녹수의 소리일네.

 그 가운데 홀로 앉는 중

 ? 사람의 정이네.

 門外靑山色 階前綠水聲

 其中僧獨坐 ?人情

 

 혜문(慧門) 스님에게 답함

 

 몸이 부윤함은 도덕을 가짐이요

 얼굴이 청수함은 [9]문아 때문이다

 심중에 쌓인 것을 상기도 감추어 두었으니

 산에만 있지 않음 그 누가 알랴.

 潤身含道德 文雅粹其

 尙絅中心蘊 誰知玉在山

 

 향산(香山)으로 가는 승우(勝佑)스님에게 답함

 

 고니 알을 닭은 품기 어렵지마는

 [10]노계는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

 향봉은 구름이 만첩이거니

 스님은 홀로 돌아가 숨는구나.

 鵠卵鷄難伏 魯鷄必可當

 香峯雲萬疊 師乃獨歸藏

 

 운권대사(雲倦大師)

 

 크고 바른 법의 눈을

 가섭은 웃으며 이어받았다.

 한 맥이 동토에 전해 왔나니

 누가 아는가, 그 최상승임을.

 摩訶正法眼 迦葉破

 一脉傳東土 誰知最上乘

 

 욕일암(浴日庵)

 

 

 

 도를 즐기어 세상과 사귐 없고

 가난을 편히 여겨 금을 줍지 않는다.

 모든 부처 진수를 알려 하는가?

 먼저 제 마음과 그 몸을 보라.

 樂道無交世 安貧不拾金

 欲知諸佛髓 看取自心身

 

 

 

 조주(趙州) 늙은이의 일곱 근 적삼

 바람을 머금고 또 달을 띠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도 차나니

 그 공덕 천추에 끊어지지 않네.

 趙老七斤衫 含風兼帶月

 夏亦寒 千秋功不

 

 청심대(淸心臺)

 

 한 줄기 띠의 긴 강 위에

 외로운 바위가 벽천에 솟아 있다.

 지팡이 짚고 올라 멀리 바라보니

 하늘과 땅이 아득하고 아득하구나.

 一帶長江上 孤巖聳碧天

 登遠望 天地杳茫然

 

 지총 상인(智聰上人)에게 보임

 

 한 물건이 천지를 머금었는데

 사람이 그 한 물건 가지고 왔다.

 만일 이 한 물건 알 수 있으면

 하늘과 땅이 환() 가운데 열리리.

 一物含天地 人將一物來

 若能知一物 天地幻中開

 

 여관 상인(呂寬上人)

 

 물드는 반연에는 나아가기 쉬운데

 도업은 실로 이루기 어렵나니

 부디 급급히 마음의 길을 닦아

 돌아가 대각의 성에 올르라.

 染緣容易就 道業政難成

 急急修心路 歸登大覺城

 

 덕운 상인(德雲上人)에게 답함

 

 우연히 산 구름을 쫓아갔다가

 돌아와서는 학과 함께 자노라.

 깨어나면 어지러운 마음 많나니

 바로 이대로 언제나 자고 싶다.

 偶遂山雲去 歸來伴鶴眠

 覺時多散亂 直欲睡綿綿

 

 월송 대사(月松大師)에게 줌

 

 달은 소나무 소리에 들어가 희고

 솔은 달빛을 머금어 차가와라.

 그대에게 반야의 칼을 주노니

 월송 사이에 돌아가 누웠어라.

 月入松聲白 松含月色寒

 贈君般若月松間

 

 호연 대사(浩然大師)에게 줌

 

 서래의 그 가닥 노래를

 스님은 오늘 잘 깨달았다.

 우주는 어찌 저리 아득하기만 한고.

 높이 불어도 답하는 이 적구나.

 西來一曲歌 今日師能了

 宇宙何茫茫 高吹和者少

 

 연곡 대사(連谷大師)에게 줌

 

 내가 가진 이 무딘 도끼를

 이제 대사에게 붙여 주노라.

 이 물건 유래가 오래이거니

 깊이 간직했다가 뒤에 전할 이 기다려라.

 吾將斧子 今付大師邊

 此物由來久 深藏待後傳

 

 환문 천형 장로(煥文天泂長老)에게 붙임

 

 하늘이 높아 [11]신경(神鏡)이 소용돌이쳐

 그 정기가 이 사람을 비춘다.

 이 거울은 티끌이 끼지 않아

 천추에 그 빛이 항상 새롭다.

 天高神鏡 精氣照斯人

 斯鏡無塵惹 千秋煥有新

 

 늙은 회포

 

 눈 같은 머리털은 칼을 따라 떨어지고

 꽃 같던 얼굴은 거울에 비쳐 쇠했다.

 황천이 멀지 않음 이제 아나니

 오직 단교(斷橋)의 위태로움 걱정한다.

 雪髮隨刀落 花照鏡衰

 黃泉知不遠 惟慮斷橋危

 

 재홍 상인(在弘上人)에게 줌

 

 천리가 먼 관서이거니

 어느 날에나 어버이 모습 뵈올꼬?

 돌아가는 길에 관심(觀心)이 재촉하여

 몽혼이 잠깐도 한가롭지 않았네.

 關西千里遠 何日拜親

 歸路關心促 夢魂不暫閑

 

 절 구(絶句)

 

 푸른 산 빛을 마주함이 기꺼워

 백발의 새로움을 모두 잊었다.

 푸른 그늘에서 베개 기대 누웠더니

 꿈에 무릉의 봄으로 갔네.

 喜對靑山色 渾忘白髮新

 綠陰歌枕 夢到武陵春

 

 세상을 한탄함

 

 깨끗한 백업은 치수처럼 적은데

 헛된 삶은 세월이 길구나.

 다만 쾌락을 탐할 줄 알고

 잠시나마 되돌아 보려 하지 않았네.

 白業錙銖少 虛生歲月長

 只知貪快樂 不肯暫回光

 

 인악(仁岳) 스님에게 줌

 

 배는 얕은 물에 뜨기 어렵고

 도적은 가난한 집에 오지 않네.

 그것은 아무도 취할 사람 없거니

 산에 돌아가 붉은 놀을 먹어라.

 舟難浮淺水 賊不來貧家

 若斯無人取 歸山餐紫霞

 

 기러기 소리를 듣고

 

 언덕 너머 단풍은 비단 펼치고

 빈 뜰의 나무잎 가을을 흩는다

 거기 또 하늘 밖의 기러기 소리 듣나니

 주막의 잠자리가 고향 시름 일으킨다.

 隔岸楓開繡 空庭葉散秋

 又聞天外鴈 旅榻起鄕愁

 

 송암 치일대사(松岩致一大師)

 

 소나무는 늙지 않는 정절이 되고

 바위는 지극히 견고한 물건 된다.

 편안하고 고요히 그 정절 지키고

 부드러움 이루면 그 하나를 얻으리.

 松爲不老貞 岩作至堅物

 安靜守其貞 致柔能得一

 

 벽오 탄 대사(碧塢綻大師)에게 줌

 

 싸늘한 바위 위의 마른 나무가

 동쪽 바람에 잎이 절로 새롭다.

 때를 같이하여 언덕 풀이 푸르나니

 비로소 무르익은 봄인 줄 알겠네.

 枯木寒岩上 東風葉自新

 同時堤草綠 始識一般春

 

 영남(嶺南)으로 돌아가는 낙겸상인(樂謙上人)을 보내면서

 

 경을 보매 백마를 궁구하고

 벗을 찾으매 붉은 마음 보겠네.

 남쪽 바다의 뿌리 없는 나무를

 옮겨다가 북쪽 산에 재배하노라.

 看經窮白馬 詢友見丹心

 南海無根樹 移來培北岑

 

 꽃을 옮겨 뜰에 심고

 

 꽃을 옮겨 뜰 가에 심었더니

 향기를 찾아 나비들이 온다.

 늙어서 한가한 벗을 삼기 위하여

 두어 가지를 침상 멀직이 심노라.

 移花庭畔揷 蝴蝶香來

 老欲爲閑友 數枝近榻裁

 

 벽에 하나의 바가지를 걸어두고

 

 진종일 세상을 잊고 앉았는데

 하늘에 꽃비가 나려 내린다.

 내 생애에 있는 것 무엇인가?

 다만 벽에 바가지 하나 걸려 있네.

 終日忘機坐 諸天花雨飄

 生涯何所有 壁上掛單

 

 낙매 상인(落梅上人)을 보내면서

 

 늙으신 스님 연세가 八十세인데

 그대와 함께 쓰고 단 일 같이했다.

 이제 [12]정위를 찾아가나니

 한 지팡이에 천리 길이 멀겠네.

 老僧年八十 與爾同甘苦

 今去訪庭圍 一

 

 방생지(放生池)에서

 

 비가 방생지를 지나갔나니

 물이 불어 고기들이 즐거워한다.

 샘물 소리가 돌을 쏘아 오는데

 찬 기운이 깊은 골에 생긴다.

 雨過放生池 添流魚自樂

 泉聲射石來 寒氣生幽壑

 

 괴정(槐亭)에서

 

 잠자코 청산을 대해 앉는데

 청산은 백발이 오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바위 앞의 한 송이 국화

 나를 위로하느라 늦은 봄에 피었네.

 默對靑山坐 山嫌白髮來

 岩前花一朶 慰我晩春開

 

 호연 상인(浩演上人)에게 줌

 

 고요한 난간에 달은 밝은데

 바람 부는 나무에 가을 소리 가득하다.

 금강산 길로 그대를 보내노니

 저 하늘 끝에 조각 꿈이 가벼우리.

 靜軒戲夜月 風樹滿秋聲

 送汝金剛路 天涯?夢輕

 

 정암 대사(靜庵大師)에게 줌

 

 ()에 머물면서 망을 버리지 않고

 ()을 찾으면서 진에 집착 않나니

 만일 활안(活眼)을 열 수 있다면

 옛 뜰의 봄에 꽃이 피리라.

 住妄無捨妄 求眞不着眞

 若能開活眼 花發故園春

 

 홍연 대사(洪演大師)에게 줌

 

 지팡이를 우담화의 그림자에 던지고

 몸을 각해(覺海)의 물결에 적신다.

 저 북쪽 산 가을 밤 달이

 아마 이 사람 집을 비추리.

 擲曇花影 身沾覺海波

 北山秋夜月 應照此君家

 

 취운(翠雲) 스님에게 붙임

 

 도를 찾아서 향 피우고 머무나니

 산에 머무름이 참 내 마음이다.

 마음이 비어서 안과 밖이 없건만

 외호(外護)의 무리들은 와서 찾는다.

 尋道拈香住 住山眞我心

 心空無內外 外護衆來尋

 

 윤 처사(尹處士)의 운을 따라

 

 손님은 바로 연명이란 손님인데

 중은 그 혜원이란 중 아니다.

 헛된 이름이 세상에 전했을 뿐

 도리어 하나의 능() 없음이 부끄럽네.

 客是淵明客 僧非惠遠僧

 虛名傳世耳 還愧一無能

 

 형오()에게 줌

 

 달이 서봉 꼭대기에 떨어지는데

 연방(蓮房)에는 밤 누수 소리 없다.

 지금 밑 없는 바루 주노니

 가지고 가서 깊은 산에 머무르라.

 月落西峯頂 蓮房夜漏沈

 今贈無底鉢 持去住山深

 

 마음을 관()

 

 그 범위는 천지보다도 크고

 상대 끊어졌거니 무슨 자취 있으랴.

 우스워라, 저 마음을 관()하는 사람들

 허공을 재고 바람을 묶으려 하네.

 範圍天地大 對有何蹤

 可笑觀心者 量空又繫風

 

 남월 인회 대사(覽月印希大師)

 

 집을 구해 망을 버리지 말라.

 글미자 버리려다 헛되이 형체만 괴롭히나니

 바닷물을 달이면 마침내 맛이 있으나

 허공이야 두드린들 어찌 소리 있으랴!

 求眞休捨妄 棄影却勞形

 海終有味 敲空豈有聲

 

 강 처사 풍운(姜處士風雲)에게 붙임

 

 바깥 티끌에 물들임이 없어야

 참으로 불 속의 연꽃이며.

 초심(初心)의 절개를 저버리지 않아야

 비로소 세상을 뛰어나는 신선 되리.

 外塵無所染 眞是火中蓮

 不負初心節 應爲出世仙

 

 바루 물에 바늘을 던짐

 

 천만 가지 의심인 조사의 공안 중에

 「바루 물에 바늘 던짐」 그것이 크게 기이하다.

 어떤 놈이 만일 발로 차서 거꾸러뜨릴 수 있으면

 지금에 그를 일러 장부의 스승이라 하리.

 祖師公案萬千疑 鉢水投針也大奇

 箇漢若能翻倒 至今云是丈夫師

 

 ()의 자찬()

 

 

 

 내 몸은 허깨비고 저도 또한 허깨비라

 허깨비 가운데 허깨비를 다시 누가 전하리.

 애석하다, 방변(方辯)의 천추의 붓이여!

 저 쪽은 그리지 못하고 이 쪽만 그리네.

 我是幻身渠亦幻 幻中之幻更誰傳

 惜哉方辯千秋筆 不寫那邊記這邊

 

 

 

 나는 그를 따르고 그도 나를 따르면서

 七十 여년을 잠깐도 서로 떠나지 않았다.

 내가 만일 뿌리로 돌아가고 그가 세상에 남으면

 거짓과 허깨비로 뒷 사람을 속이지 말라.

 我隨渠也渠隨我 七十餘年不暫離

 我若歸根渠在世 莫將僞幻後人欺

 

 윤경 대사(潤瓊大師)

 

 산골 시내 물소리는 굽이굽이 [13]황두의 혀요

 뜰의 잣나무는 푸르고 푸르러 벽안의 마음이다.

 취령의 시내와 봉우리가 진정한 정맥인데

 이것을 떠나지 않았거니 다시 무엇 찾으랴.

 

 山溪曲曲黃頭舌 庭栢蒼蒼碧眼心

 鷲嶺溪峯眞正脈 不離這箇更何尋

 

 금찰(錦察) 스님에게 답함

 

 천고에 조계의 물결 꽃이 날아

 모니(牟尼)의 다리 밑의 진흙을 모두 씻어 버리고

 소실(少室)의 봉우리 앞에는 봄 비가 지나

 한 근원에서 흐르는 물이 동서로 갈라졌다.

 曺溪千古浪花飛 洗却牟尼脚下泥

 少室峯前春雨過 一源流水派東西

 

 대명 대사(大明大師)

 

 푸른 나무 그늘이 짙고 여름날이 긴데

 수 없는 산의 벌들이 꽃 향기를 찾는다.

 바람 부는 난간에 홀로 앉았다 이내 잠이 들었나니

 꿈 속에서 잠깐이나마 어렵지 아니하게 고향엘 갔네.

 綠樹陰濃夏日長 山蜂無數花香

 風軒獨坐仍成睡 夢入片時何有鄕

 

 무현 대사(武賢大師)에게 줌

 

 해인사의 산중에 옛날 놀았더니

 [14]고운의 놀던 곳에 조각 마음 머무른다.

 그대들 의지해  말을 주노니, 화담의 물이여,

 거듭 찾을 나를 기다려 우선 흐르지 말라.

 海印山中昔日遊 孤雲遊處片心留

 憑君寄語花潭水 待我重尋且莫流

 

 민총(敏聰)에게 답함

 

 흐르는 물과 흰구름이 한가하고 또한 맑아

 나는 구름과 물을 가지고 소나무 소리를 베고 누웠다.

 선창이 적막하여 오는 사람 없나니

 오직 동쪽 봉우리 밝은 달 뜨기만 기다리네.

 流水白雲閑且淸 我將雲水枕松聲

 禪窓寂寞無人到 惟待東峯月出明

 

 백양산 영천굴(白羊山靈泉窟)

 

 처음으로 [15]홍몽을 가를 때 이 바위가 솟았고

 그 가운데 선굴을 열어 도승 셋이 있었다.

 은근히 서로 마주 보고 다른 아무 말은 없고

 다만 내게 선문의 활구 공부만을 묻네.

 肇判鴻蒙聳此岩 中開禪窟道僧三

 慇懃相對無餘語 問我禪門活句叅

 

 회열 도인(懷悅道人)에게 줌

 

 참선에는 부디 언어의 길을 밟지 말고

 염불에는 정토의 집을 나기를 구하여라.

 염불과 참선에 원래 둘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공을 이루고 나면 결코 거기에 차별은 없느니.

 叅禪休踏語言路 念佛求生法土家

 莫謂念叅元有二 功成決定理無差

 

 다시 용추사(龍湫寺)에 가서

 

 두 번 가도 옛날 사람 얼굴은 볼 수 없고

 사미는 반쯤 읍하면서 어디서 왔느냐 묻네.

 옛 누각에 찬 종소리 아직도 들을 수 있어

 맑은 소리 고치지 않고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구나.

 再到無人舊開 沙彌半揖問何來

 猶聞古樓寒鐘在 不改淸音待我廻

 

 동곡 탄학(東谷坦鶴)에게 답함

 

 높고 뛰어난 법문에는 그 근원이 있나니

 한 갈래가 나뉘어서 흘러 다섯 갈래 이루었다.

 그 중에도 임제와 덕산이 참으로 정맥인데

 홑으로 전하고 바로 가리킴, 누구에게 말할꼬?

 法門高峻有其源 一派分流五派存

 臨濟德山眞正脈 單傳直指向誰論

 

 정증 대사(定澄大師)에게 답함

 

 선재는 그 때 부질없이 남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산호가 봄빛을 띠지 않음을 알지 못하였는데

 스님은 이제 홀로 승묵(繩墨) 밖으로 뛰어났거니

 손바닥 안의 보배 구슬은 누구에게 보답할려는고?

 善財當日漫南巡 不識珊瑚不帶春

 師自獨超繩墨外 掌中珠寶賽何人

 

 마음의 등불

 

 오랜 겁을 전해 내려오면서 다함이 없는 등불

 일찌기 돋우거나 갈지 않아도 언제나 밝다.

 비가 뿌리고 바람이 어지러워도 그대로 맡겨 두고

 새는 집 빈 창에 그림자 스스로 맑다.

 傳傳無盡燈 不曾桃別鎭長明

 任他雨灑兼風亂 漏屋虛窓影自淸

 

 술 회(述懷)

 

 十년 동안 남북에서 쓸데 없는 짓만하여

 하늘 끝에서 토끼와 까마귀를 헛되이 보내었다.

 검은 머리와 붉은 얼굴이 이제 반은 늙었나니

 비로소 알겠네, 몸과 세상이 잠깐인 것을.

 十年南北做之乎 虛送天涯兎與烏

 綠髮朱今半老 始知身世在須臾

 

 만추(萬秋)에게 보임

 

 비단 고기가 차가운 푸른 물 속에 깊이 있는데

 향기로운 미끼를 아무리 던져도 좀체 잡기 어렵다.

 석양에 갑자기 급한 바람과 비를 만나

 한 장대 긴 낚싯대 들고 부질없이 돌아오네.

 錦鱗深在碧波寒 香餌來取却難

 忽被夕陽風雨急 一竿脩竹謾携還

 

 우 대사(愚大師)에게 답함

 

 물병과 지팡이 가지고 도시 가까이 가지 말라.

 무한한 바람 티끌이 모두 이 악마니라.

 그보다야 어찌 천만 산봉우리 속에 앉아

 찬 가사 입고 물 소리 솔바람 소리 듣는 것 만하랴.

 莫將錫近城阿 無限風塵總是魔

 爭似萬千峯裡坐 水聲松韻冷袈裟

 

 대지팡이 줌에 감사함

 

 이 지팡이는 하늘이나 땅에서 얻은 것 아닌데

 남으로 가나 북으로 가나 이의 힘을 입는다.

 지금은 멀리 고향 산천에 던져 버리니

 오래 동안 천리의 나그네 신세 면하랴.

 此杖不從天地得 之南之北承渠力

 如今遙擲故家山 免作多年千里客

 

 해인(海印) 스님에게 붙임

 

 마루에 가득한 높은 손님네 다 각처에서 왔는데

 천리의 험한 길 걸어 모두 여기 모였구나.

 우리 모두 나그네라 위로할 것 없나니

 다만 찻잔 들고 그대에게 세 잔 권하네.

 滿堂高友盡東南 千里間關此處叅

 俱是客中無所慰 只將茶椀勸君三

 

 판상(板上)의 운()을 따라

 

 동쪽 바람 옛 절 창 앞에 잠깐 잠들었다가

 천리 고향 길에 몽혼(夢魂)이 가벼웠다.

 깨어나 봄 산에 비 지난 줄 알았나니

 옥동에 꽃이 밝고 또 물소리 나네.

 假寐東風古寺楹 故園千里夢魂輕

 覺來認過春山雨 玉洞花明水又聲

 

 한송(寒松)을 보내면서

 

 보내는 다리 끝에 떨어지는 잎 많은데

 물소리는 호소하는 듯, 또 노래하는 듯하네.

 가을 바람 돌길에 나부끼듯 떠나가나니

 어느 곳 연기와 놀 속에서 다시 그를 만나리.

 送別橋頭落葉多 水聲如訴又如歌

 秋風石路飄然去 何處烟霞更接他

 

 옛날 놀던 곳에 다시 와서

 

 동쪽 바람에 옛날 놀던 곳 다시 찾나니

 옛 시냇가에 경관(景觀)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젊은 중은 내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하고

 긴 허리를 반쯤 굽혀 어디서 왔느냐 묻네.

 東風重訪舊遊臺 物色依前古澗

 少釋不知吾面目 長腰半屈問何來

 

 고향으로 돌아가는 활 상인(活上人)에게 줌

 

 치악산은 하늘에 닿았고 푸른 빛은 층층인데

 바다로 돌아가는 여강은 찬 소리를 안았다.

 상인이 가는 천리의 고향 길에는

 산 빛과 강물 소리가 호연(浩然)한 정을 지으리.

 雉嶽連空層翠色 驪江歸海抱寒聲

 上人千里鄕關路 嶽色江聲作浩情

 

 고향으로 돌아가는 한 상인(閑上人)에게 줌

 

 몸이 운수가 되어 선가에 든 뒤로는

 세상 생각이 많은 티끌 속으로 가지 않았네.

 부처 생각이나 경을 보기에 만일 뜻을 얻었으면

 고향 동산의 봄 나무에 갑자기 꽃이 피리.

 身爲雲水入禪家 不向塵間世慮多

 念佛看經如得意 古園春樹忽開花

 

 백운(白雲) 스님에게 줌

 

 

 

 흰 구름과 밝은 달이 서로 붙들어

 구름은 청산에 있고 달은 누각에 가득하다.

 누가 그대 집의 구름과 달을 빼앗아

 손이 되고 주인이 되면서 봄 가을을 지내는고.

 白雲明月互相留 雲在靑山月滿樓

 誰奪君家雲與月 爲爲主閱春秋

 

 

 

 마음의 소를 얻어 기른지 여러 해를 지냈는데

 놓아 보내고 거두어 오면서 나와 남을 다 잊었다.

 봄 바람을 읊조리는 꽃다운 풀길인데

 무엇하러 물병과 지팡이를 바위 언덕에 두리.

 心牛養得經年多 放去收來忘自他

 咏嘯春風芳草路 何須錫住岩阿

 

 

 

 백운의 시가 아홉 스님 시보다 뛰어났나니

 아름다운 글귀로 사람을 놀라게 할 이 또 누가 있는고?

 높은 나그네의 행장이 일정한 곳이 없어

 지팡이 하나로 북으로도 가고 또 남으로도 가네.

 白雲詩勝九僧詩 佳句驚人更有誰

 高客行裝無所住 一之北又南之

 

 

 

 천봉에 높이 누워 사람의 발자취 끊어졌는데

 돌이 사립문 되어 낮에도 열리지 않네.

 배 고프면 송화 먹고 목 마르면 물마시나니

 부엌 안 싸늘한 솥에 도리어 이끼가 돋네.

 千峯高卧絕人來 石作禪扉晝不開

 飢餐松花渴飮水 中寒鼎還生苔

 

 이 문암(李文庵)에게 붙임

 

 원각의 가람에 경지의 요사채인데

 손도 없고 주인도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가을 바람 [16]라월(蘿月)에 만일 내가 있으면

 한가로이 선경을 잡고 한 밤내내 이야기하리.

 圓覺伽藍鏡智寮 無無主寂寥寥

 秋風蘿月吾如在 閑把禪經話一宵

 

 술 회(述懷)

 

 

 

 가슴 속에 업이 있고 천경(千經)으로 늙었는데

 해내(海內)에 집이 없고 한 길만이 멀구나.

 [17]아양의 가락 속에 비록 옛을 찾으나

 다 함께 충효로 돌아가 평생을 지내리라.

 胷中有業千經老 海內無家一路長

 峨洋曲裏雖尋古 同歸忠孝度平生

 

 

 

 원래 도의 값은 맑은 세상에 표할 것이 없는데

 빈 이름에 이 몸을 얽맨 것이 스스로 부끄럽다.

 한 조각 마음 속에 무엇을 원하는가.

 반드시 서쪽 하늘의 겁외(劫外)의 봄을 얻으리.

 元無道價標淸世 自愧虛名累此身

 一片心中何所願 要得西天外春

 

 계영 상인(桂榮上人)에게 답함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면 마침내 맛이 있으나

 허공을 두드려 소리를 내려 하나 끝내 들을 수 없다.

 여룡이 넓은 바다 밑에 깊이 잠들었거니

 부디 들어가 그 구슬 취하여 뒷 세상에 전하라.

 海成鹽終有味 扣空作響永無聞

 驪龍睡着滄溟 須入探珠與後傳

 

 달밤에 제하당(霽霞堂)에 앉아

 

 끼친 자취 찾아서 눈물이 옷을 적시는데

 본래 스스로 생이 없거니 어찌 죽음 있으랴.

 선사의 강당에 오늘 저녁 저 달은

 예처럼 뜰에 가득 서리처럼 차가와라.

 行尋遺跡添裳 本自無生可得亡

 今夜先師講堂月 滿庭依舊冷如霜

 

 서울 손님에게 답함

 

 빈 이름이 소문 난 것 스스로 부끄럽다.

 마음에는 조그만 나아감 없이 공문(空門)에 누웠거니

 세상 사람들은 미련한 이 늙은이 알지 못하고

 선가에서 글을 잘하는 사람이라 그릇 일컫네.

 自愧虛名有所聞 心無寸進空門

 世人不識儱侗老 誤稱禪家有善文

 

 괴 정(槐亭)

 

 조그만 시냇 가에 새로운 정자를 짓고

 손님과 함께 이야기하나니 해가 저문다.

 흐르는 물소리 속에 어느새 잠 들었는가.

 꿈에 화산 꼭대기에 올라 신선들을 만났네.

 新亭卜築小溪邊 與客閒談日暮天

 流水聲中成一睡 夢登華頂對群仙

 

 청진헌(淸眞軒)의 운을 따라

 

 집 동쪽에 새로이 문을 세워

 뛰어난 경계가 세간과 멀어졌다.

 눈이 떨어지매 구슬이 굴이 되고

 가을이 깊어지매 비단이 산이 된다.

 달은 먼저 약속이 없이 비치는데

 바람은 기약을 두고 돌아오지 않네.

 이 천지에 자유로운 나그네

 돌아와 잠깐 한가함을 얻네.

 院東新建門 奇境隔塵間

 雪落瓊爲窟 秋深錦作山

 月無前約照 風不宿期還

 宇內騰騰客 歸來暫得閑

 

 일암장로(日庵長老)에게 답함

 

 땅은 가까운데 만남은 어이 먼가

 동천을 바라보니 아득하구나.

 통하는 정은 백수를 머금었고

 시의 빛깔은 청련을 뛰어났다.

 九十이라 언제나 노인인데

 三생에 뼈를 바꾸어 신선이 되었네.

 아름다운 시로 항상 묻나니

 오랜 겁 동안 인연이 있음 알겠네.

 地邇逢何隔 洞天望杳然

 情通倉白水 詩色出靑蓮

 九十長年老 三生換骨仙

 每將佳句問 知有來緣

 

 대원 강사(大圓講師)에게 답함

 

 강하는 자리에서 말함 없이 말하고

 법을 청해서는 들음 없이 듣는다.

 뛰어난 매는 하늘을 뚫고 오르고

 사나운 용은 바다 구름 희롱한다.

 못나기는 오직 이 늙은 나요

 도덕으로는 홀로 그대 일컫는다.

 그 누가 아리. 우리 동토에

 한 송이 꽃의 다섯 잎 향기로움을.

 講筵無說說 請法不聞聞

 俊鶻凌霄漢 獰龍戱海雲

 踈慵祗老我 道德獨稱君

 誰識吾東土 一花五葉芬

 

 운암 웅 대사(雲岩雄大師)에게 줌

 

 가을 빛은 강산에 멀고

 나그네 기러기는 변방 밖에서 들린다.

 푸른 하늘에 외로이 가는 새요

 큰 바다에 홀로 돌아가는 구름이다.

 밤 자리에서 매양 꿈을 이루고

 달 밝은 난간에서 늘 그대 생각한다.

 연기와 놀 속의 어디서 만나

 향기로운 계화를 함께 즐기리.

 秋色江山遠 征鴻塞外聞

 碧天孤去鳥 滄海獨歸雲

 夜榻每成夢 月軒長憶君

 烟霞何處會 共賞桂花芬

 

 송 별(送別)

 

 

 

 고향 동산의 복숭아 나무에 걸린 달은

 천리에 그 그림자 둥글다.

 봄은 일찌기 강산에 들고

 등불은 객탑에 달리어 쇠잔하다.

 보슬비가 지나 옷이 젖는데

 실바람은 이별하는 길에 차갑다.

 지금 돌아가면 관북이 멀거니

 그 언제나 안부를 전하려나?

 故園桃李月 千里影圓圓

 春入江山早 燈懸客榻殘

 細雨徑衣濕 微風別路寒

 今歸關北遠 何日報平安

 

 

 

 흰 누더기와 청운의 선비

 둘이서 만나 유쾌히 한 번 놀다.

 마음을 이야기하매 마음 더욱 고요하고

 도를 물으매 도가 새삼 그윽하다.

 선정은 三각을 밝히는데

 문장은 [18]九류를 다 보았다.

 돌아가는 宗()의 그 길은 다르나

 이별에 다달아 시름이 더욱 깊다.

 白衲靑雲士 相逢怪一遊

 論心心益靜 問道道還幽

 禪定明三覺 文章涉九流

 歸宗雖異路 臨別有深愁

 

 서대(西臺)에서

 

 마음 속에 아무 머무름 없이

 진종일 서대에 앉아 있노니

 첩첩한 산의 구름은 축축하고

 잇닿은 시냇물은 스스로 돌아온다.

 사람은 시름하다가 도리어 기뻐함이 없고

 새는 갔다가 다시 돌아오도다.

 옛 벗이 마침 찾아왔나니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눈이 열리네.

 心中無所住 終日坐西臺

 疊嶂雲猶濕 聯溪水自廻

 人無愁却喜 鳥有去還來

 故友相從到 談論眼忽開

 

 남방으로 돌아가는 영송(永松)에게 붙임

 

 백 十성의 스승과 벗을

 그대는 이제 다 찾으려 하나니

 내게 이로움이 어찌 옛벗 뿐이랴.

 밝고 바름은 다 남방이네.

 법의 뼈는 오직 눈처럼 차고

 맑은 명성은 홀로 쪽()에서 나네.

 알차게 돌아와 얻은 바를 보이면

 도리어 나의 유명함이 부끄러우리.

 百十城師友 君今飽欲叅

 益吾何必舊 明正盡爲南

 法骨惟寒雪 淸聲獨出藍

 實歸呈所得 還我有多慚

 

 , 삼가 이천 쉬(伊川倅)에게 드림

 

 선안(仙顔)을 받들어 이별한 뒤로

 깊은 사모에 날이 해와 같나니

 새는 그물에 놀라 나무에 숨고

 고기는 성품 따라 못에 잠긴다.

 도는 본래로 배척함이 없는데

 마음에 어찌 얽힘이 있으랴.

 누가 아리, 더러운 진흙 땅에

 옛부터 연꽃이 나는 것을.

 奉別仙後 深思日似年

 鳥驚羅隱樹 魚率性潜淵

 道本無排斥 心何有綿

 誰知泥染地 從古乃生蓮

 

 보개산(寶盖山)의 웅 대사(雄大師)에게 붙임

 

 내 본래 고향 없는 나그네

 우연히 이 절에 놀게 되었다.

 만나는 스님마다 다 백업이라

 지팡이 머물매 푸른 눈동자 닦네.

 풀 속에는 벌레 소리 저물고

 골 가운데는 물이 목에 흐른다.

 잠깐 왔다가 이내 떠나가나니

 이승의 몸이란 한 방울 물거품이네.

 吾本無鄕客 偶成此寺遊

 逢僧皆白業 駐錫拭靑眸

 草裏虫聲晩 洞中水咽流

 暫來還別去 身世一漚浮

 

 제 야(除夜)

 

 하늘 위에는 [19]두 바퀴가 구르고

 사람 세상에는 [20]五랍이 다한다.

 머리털은 새해에 흰 것이 나고

 촛불은 붉은 옛 꽃에 진다.

 옥루 소리는 밤을 재촉하는데

 은하 그림자는 하늘에 고요하다.

 앉아 있나니 창이 벌써 밝았는가?

 온 나라가 봄 바람을 알리네.

 天上雙輪轉 人間五臘窮

 髮生新歲白 燭落舊花紅

 玉漏聲催夜 銀河影靜空

 坐來窓已曉 萬國報春風

 

 문 생원(文生員)에게 답함

 

 봄 바람 부는 아름다운 절기에

 높은 선비가 선당을 찾았다.

 시내 버들은 꾀꼬리 맞아 새롭고

 바위의 꽃은 나비 끌어 향기롭다.

 연하에 마음 절로 즐겁고

 천석에는 흥이 더욱 길다.

 손님 마주해 현을 이야기하며 앉았나니

 맑은 빛이 문에 들어 시원하다.

 春風佳賞節 高士訪禪堂

 溪柳迎鶯嫩 岩花引蝶香

 烟霞心自樂 泉石興彌長

 對客論玄坐 淸光入戶凉

 

 용공사(龍貢寺)에 이르러

 

 범궁이 나무 그림자에 숨었는데

 지팡이 끌고 저물게 찾아왔네.

 높은 언덕에는 단풍이 막 물들고

 층계(層階)에는 국화가 금을 토한다.

 학의 둥우리는 처마 끝에 가깝고

 고래 바다는 [21]미려에 잠기었다.

 맑은 시냇가를 달 아래 거기나니

 솔바람 소리가 옥거문고를 타네.

 梵宮樹影隱 携錫晩來尋

 斷岸楓初染 層階菊吐金

 鶴巢簷外近 鯨海尾閭深

 步月淸溪上 松聲奏玉琴

 

 붕 대사(鵬大師)에게 줌

 

 진중하여라, 천자를 입었나니

 그 풍류는 세상에 흔하지 않네.

 용산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깎고

 학곡에서 다시 가사 입었다.

 북에서 일어나 구름 뚫고 시작하고

 남방을 도모해 날개 치고 날은다.

 외모는 쓸쓸하나 마음 시원하나니

 너를 알고는 진기를 깨달았네.

 珍重負天子 風流世所稀

 龍山初雉髮 鶴谷更傳衣

 起北凌雲擧 圖南鼓翠飛

 貌寒心且爽 知悟眞機

 

 겸 대사(謙大師)의 축운(軸韻)을 따라

 

 높은 손님이 어디서 오는가.

 소매 속에는 옥 같은 시가 있다.

 현묘한 이치를 이야기하면 완석(頑石)이 듣고

 지팡이 세우면 감천이 솟는다.

 스님은 청춘을 띠어 좋은데

 나는 백발을 가져 가엾다.

 다시 향악을 찾아가나니

 한 벌의 누더기 자락 가벼이 나부끼네.

 高客從何至 袖中玉句篇

 談玄聽頑石 卓錫湧甘泉

 師帶靑春好 吾將白髮憐

 還尋香嶽去 一衲更飄然

 

 또 총일 대사(一大師)에게 줌

 

 선심은 여윈 대처럼 맑고

 신세는 나부끼는 쑥대와 같다.

 침묵을 지키면 맑고 흐림 없는데

 솔을 흔들면 같고 다름 분변한다.

 용을 항복받을 적에 옥마루 갖고

 호랑이 해산시킬 적에 든 지팡이 던진다.

 고마와라, 젊은 사람들이여,

 법의 바다 가운데 항상 놀구나.

 禪心淸瘦竹 身世若飄蓬

 守默?淸濁 搖松辨異同

 降龍持玉鉢 解虎擲藤

 多謝靑春子 長遊法海中

 

 화옥 상인(華玉上人)에게 줌

 

 연하 속에서 세상을 벗어난 이

 멀리 묘향산으로부터 왔다.

 누더기는 구름 걸린 높은 산마루에 나부끼고

 지팡이는 살수의 이끼를 뚫었다.

 서천의 푸른 눈이 트이고

 북해의 흰 마음이 열린다.

 [22]헌원의 거울을 주노니

 다른 때에 어두운 밤의 대를 비추어라.

 烟霞超世子 遠自竗香來

 衲拂懸雲嶺 穿薩水苔

 西天靑眼豁 北海素心開

 贈以軒轅鏡 他時照夜臺

 

 관 동 팔 경(關東八景)

 

 ① 통천 총석정(通川叢石亭)

 

 하늘이 갈석을 나누어 신령한 곳을 만들었는데

 홀로 동쪽 바닷가에 서 있은지 몇 겁이나 되었는가.

 학의 등을 탄 늙은 신선은 언제 떠나갔는가.

 큰 자라 머리의 옥기둥은 지금까지 남았구나.

 천 갈래는 모두 이 진 나라 수레에 실려 왔고

 여섯 모든 우왕(禹王)의 토끼로 새기지 않은 것이 없다.

 다시 석양에 맑게 구경할 거리 있나니

 고기잡이 첨지의 외로운 돗대가 푸른 물에 흐르네.

 天分碣石作靈區 獨立東溟幾

 鶴背仙翁何代去 鰲頭玉柱至今留

 千條盡是秦車載 六面無非禹斧

 更有夕陽淸賞處 漁翁孤棹碧波流

 

 ② 고성 삼일포(古城三日浦)

 

 표묘한 높은 누각이 호숫가에 누웠는데

 푸른 물은 유유히 하늘 끝에 닿았구나.

 저녁 풀은 돌아가는 나그네 길을 깊이 묻었고

 떨어지는 놀은 고기잡이 배를 저뭄에 잠갔다.

 붉은 빛이 물결 위에 번쩍이나니 서리 단풍이 거꾸러졌고

 하얗게 모래밭에 점 찍었나니 눈 같은 해오라기 존다.

 한 나절에 삼일포에서 소요하나니

 혼연히 ?과 세상이 우의의 신선 같네.

 高樓縹枕湖邊 綠水悠悠浪接天

 暮草深埋歸客路 落霞晩釣魚船

 紅翻波面霜楓倒 白點沙頭雪鷺眠

 半日逍遙三日浦 渾如身世羽衣仙

 

 ③ 간성 청간정(杆城淸澗亭)

 

 청간의 높은 정각 경색이 희미한데

 오르면 이 몸은 백구와 함께 난다.

 푸른 물결에 해가 솟으니 먼저 지개문 밝고

 붉은 난간에 풍랑이 일매 또 옷이 젖는다.

 물새는 스스로 가을 빛을 뚫고 가는데

 바람 받는 돛은 저녁에 석양을 띠고 온다.

 멀리서 와서 혼자 구경하다가 지팡이 짚고 섰는데

 어부는 중을 불러 물가의 돌에 앉으라 하네.

 淸澗高亭景色微 登臨身與白鷗飛

 蒼波日出先明戶 朱檻嵐翻又濕衣

 水鳥自凌秋色去 風帆晩帶夕陽歸

 遠來獨賞停立 漁父招僧坐釣磯

 

 ④ 양양 낙산사(襄襄洛山寺)

 

 보타산 위의 절을 찾아 왔나니

 기이한 그 경관은 형용하여 그리기 어렵구나.

 성긴 종소리는 달을 흔들어 선창(禪窓)에 움직이고

 참 스님은 구름을 가져와 석굴을 봉한다.

 바람 앞의 대는 음악을 울려 옥섬돌에 나고

 솔 거문고는 가락을 퉁기며 금용(金墉)에서 늙었다.

 아침에 와서 또 부상에 솟는 해를 구경하나니

 천 갈래의 붉은 빛이 물결을 쏘아 출렁거리네.

 尋到寶陀山上寺 奇觀難以畫形容

 踈鍾搖月禪窓動 眞釋將雲石窟封

 風竹奏音生玉砌 松琴彈曲老金墉

 朝來又賞扶桑日 千道紅光射浪?

 

 ⑤ 강릉 경포대(江陵鏡浦臺)

 

 바람이 연꽃을 움직여 향기가 그윽한데

 엷은 연기와 밝은 달이 어울려 창창하다.

 찬 기운이 높은 누각에 나니 물결이 벽을 흔들고

 붉은 빛이 성긴 숲에 떨어지매 잎이 평상에 가득하다

 언덕 위의 지란(芷蘭)은 세 점의 비에 나고

 갯가의 나무는 九추의 서리에 늙었구나.

 석양에 머리를 돌리나니 강호가 넓은데

 고기잡이의 피리 소리에 가을 흥이 길어라.

 風動荷花寂寞香 淡烟皓月共蒼蒼

 寒生高閣波搖壁 紅墜林葉滿床

 岸上芷生三島雨 浦邊樹老九秋霜

 夕陽回首江湖 漁笛一聲秋興長

 

 ⑥ 삼척 죽서루(三陟竹西樓)

 

 우뚝히 날으는 누각이 [23]건성을 마주했는데

 신기가 바람을 따라 그림 창에 가득하다.

 발을 걷으매 아침 구름에 푸른 산이 드러나고

 문을 여니 밤 달에 푸른 강이 밝구나.

 높고 낮은 모래 언덕에는 갈매기 천점이요

 멀고 가까운 고기잡이 마을에는 피리의 한 소리다.

 떨어지는 놀 속 외로운 따오기는 밖으로 머리 돌리나니

 견디지 못하겠네, 해 질 무렵의 나그네 시름을.

 翠然飛閣對乾城 蜃氣隨風滿畫楹

 簾捲朝雲靑嶂露 扃開夜月碧江明

 高低沙岸?千點 遠近漁村笛一聲

 回首落霞孤?外 不堪斜日客愁情

 

 ⑦ 울진 망양정(蔚珍望洋亭)

 

 넓은 바다 천리 밖을 멀리 바라나니

 망양한 울릉도는 아득하여 끝이 없다.

 바람 앞의 물결은 크게 일어 갈매기 곁에 일렁이는데

 연기 속의 나무는 창창히 언덕 위에 비껴 있다.

 붉은 빛이 신루에 비치나니 물결이 해를 토하고

 자주색이 오각을 감싸나니 산이 놀에 비껴 있다.

 높은 정각에서 동쪽 서쪽 촌락을 굽어보나니

 반은 고기잡이 집이요 반은 술집이다.

 遙望滄溟千里外 茫洋鬱島杳無涯

 風濤浩浩?邉濶 烟樹蒼蒼岸上斜

 紅暎蜃樓波吐日 紫籠鰲?峀橫霞

 高亭俯視東西落 半是漁家半酒家

 

 ⑧ 평해 월송정(平海月松亭)

 

 나그네를 위해 높은 정자를 길 가에 지었는데

 휘파람 불며 거기 오르면 뜻과 맛이 맑아진다.

 티끌 생각이 맑고 시원해지나니 달빛을 보고

 나그네 회포가 쏠쏠하나니 솔바람 소리 있다.

 멀리 들으면 어부의 피리소리는 꽃다운 풀에서 일고

 궂이 짓는 시의 시름에 짧은 글귀를 이룬다.

 잠깐 헌창을 의지하면 정이 더욱 상쾌하나니

 바다와 산의 풍경이 다시 분명하여라.

 高亭爲客路傍營 嘯登臨意味淸

 塵慮淡凉看月色 懷蕭瑟有松聲

 遙聞漁笛芳草起 强作詩愁短句成

 徙倚軒窓情愈爽 海山風景又分明

 

 바다 가운데의 새 섬

 

 멀리  바다 위 청라의 봉우리를 바라보노니

 우뚝히 솟아 오른 옥으로 된 부용이다.

 별 빛이 어지러이 떨어지나니 물결이 천 길인데

 계수 그림자가 싸늘히 잠겼나니 물이 만 겹이다.

 노래 밖으로는 언제나 고기잡이의 가락이 들리고

 섬 가운데는 또 귀양은 신선의 자취가 있다.

 늙은 용이 길이 연기와 놀의 기운을 토해

 적막한 은하수에는 진정 비가 짙었구나.

 遙望靑螺海上峯 兀然聳出玉芙蓉

 星光錯落波千丈 桂影寒沈水萬重

 棹外常聞漁子曲 島中又有謫仙蹤

 老龍長吐烟霞氣 寂寞銀河雨政濃

 

 조원암 판상(祖元庵板上)의 운을 따라

 

 향악에 오르나니 푸른 하늘이 가까운데

 벌려 선 높고 낮은 산이 한 눈 안에 들어온다.

 九추의 밤이 달은 단단히 희고

 八만의 암자 등불은 점점이 붉다.

 중은 계수 꽃 향기로운 꽃비 속에 앉았는데

 종은 소나무 탑의 석양 바람에 운다.

 온갖 산들이 모두 연기 낀 곳에 드는데

 돌아가는 길을 찾아 가노니 물이 동으로 흐르네.

 香嶽登臨近碧空 高低列峀一眸中

 九秋夜月團團白 八萬庵燈點點紅

 僧坐桂花芳草雨 鍾鳴松榻夕陽風

 群山盡入烟籠處 歸路行尋水向東

 

 만연 상인(萬演上人)과 이별하며

 

 아양의 한 가락을 알아 줄 이 적은데

 누더기 자락을 동풍에 떨치나니 보슬비 오네.

 하늘 끝 땅모퉁이로 멀리 서로 떠나나니

 저녁 구름에 봄 나무가 멀리 슬픔을 머금었다.

 나도 금란의 정의(?)를 버리지 않겠네만

 자네도 철석같은 기약을 부디 잊지 말게나.

 이별을 아끼는 사람의 마음을 산새가 어찌 알랴마는

 북쪽 가지에서 울다 말고 남쪽 가지로 가네.

 峨洋一曲知音少 衲拂東風細雨時

 地角天涯相隔面 暮雲春樹遠含悲

 吾儂不捨金蘭契 子義無忘鐵石期

 山鳥何知人惜別 北枝啼罷向南枝

 

 청원(淸元) 스님을 보내면서

 

 우리 스님을 패읍의 고향으로 멀리 보내나니

 一千 八백리의 길이 아득하여라.

 왕손의 풀은 어버이를 그리는 눈물에 젖고

 [24]두우의 소리는 아우를 생각하는 마음 상한다.

 지팡이가 용강에 들면 구름 기운이 차고

 길이 인악에 멀리 꿈과 넋이 가벼우리.

 갈랫길에 다달아 이별하는 설움에 창자 끊나니

 애오라지 나그네 시름 적어 이 걸음에 주노라.

 遠送吾師沛邑鄕 一千八百

 王孫草濕思親 杜宇聲傷憶弟情

 入龍江雲氣冷 路遙麟嶽夢魂輕

 臨歧別恨堪斷 聊寫愁寄此行

 

 또 정인 대사(貞仁大師)에게 줌

 

 외짝 손으로 기우는 부처의 해를 잘 떠받들어

 어두운 거리와 큰 들판이 갑자기 다시 밝아졌다.

 얼굴을 뵈옵고 조각 마음의 깨끗함을 이미 보였는데

 도를 이야기하다 다시 두 눈의 푸름이 열리었네.

 [25]미우에 봄 바람 불어 꽃이 스스로 피는가.

 천정의 화한 기운에 날이 처음으로 갠다.

 한 잔의 차맛에 세상 티끌 생각을 뛰어났나니

 삼매의 바른 인이 아마 가볍지 않으리라.

 隻手能擎佛日傾 昏衢大野忽重明

 已吐片心白 論道還開雙眼靑

 眉宇春風花自發 天庭和氣日初晴

 一瓢茶味超塵慮 三昧正因想不輕

 한 거(閑居)

 

 내 행실이 멋대로라 아무 매인 데 없어

 한 바루의 생애라, 어딜 가나 한가하다.

 비록 티끌 인연 작으나 세상 밖으로 날 수 있는데

 빈 명예로 인간에 있음 도리어 부끄럽다.

 주림을 채우려고 온갖 집의 밥을 빌고

 자취 감추려고 만첩 산중에 깊이 숨었다.

 항상 동문 열어 놓아도 들 손님이 드물어

 꼬불꼬불 돌길에 이끼 흔적이 아롱졌네.

 吾行踈逸無拘繫 一鉢生涯到處閒

 雖把塵緣飛世外 却慚虛譽在人間

 充飢每乞千家飯 晦跡深藏萬疊山

 常啓洞門稀野客 崎嶇石逕蘚?

 

 제생(諸生)의 운을 따라

 

 온 골짝의 풍광을 모두 거둘 수 없어

 아름다운 시를 읊으며 저물도록 노나니

 등불이 밝은 밤 평상에는 사람들 자지 않고

 잎이 다 진 가을 산에는 달이 누각에 찼다.

 소나무 난간에 높이 누워 중의 꿈은 차가운데

 한가히 항아리 술을 기울이며 손의 회포 그윽하다.

 여러 분들은 먼저 아름다운 시를 짓지만

 나는 혼자 끙끙거리나 흥이 넉넉하지 못하네.

 萬壑風光不盡收 朗吟佳句晩來遊

 燈明夜榻人無寐 葉盡秋山月滿樓

 高臥松軒僧夢冷 閑傾樽酒客懷幽

 群賢先得瓊什 我獨沈吟興未優

 

 회문산(廻門山)의 법운암(法雲庵)

 

 회문산이 백두산 꼭대기에 마주 닿았는데

 통쾌한 누각이 새로 열려 마치 광한루와 같다.

 중은 선정 속에 들어 말 없어 고요한데

 나그네는 누각에 올라 몸을 쉬니 편안하다.

 서리 치는 가을의 저녁 경쇠 소리는 구름 뚫고 떨어지고

 한 밤중의 선창은 달을 얻어 구경한다.

 장려하고 기이한 공이 제일이라 일컫나니

 비로소 알겠네, 인간 세상의 은혜 베품의 너그러움을.

 迴門山接白頭巓 快閣新開似廣寒

 僧八定中無語靜 客登樓上身安

 霜秋暮磬穿雲落 半夜禪窓得月看

 壯麗奇功稱第一 始知人界施恩寬

 

 이관 상인(爾寬上人)과 이별함

 

 너하고 함께 있은지 一년이 채 못 됐는데

 도를 함께 닦은 정은 도리어 백년보다 더하다.

 빈산의 떨어지는 해에 남북으로 나뉘거니

 백발과 청춘이 가고 머무름 한스럽다.

 천리의 찬 바람은 아마 뼈에 사무칠 것이요

 창에 가득한 밝은 달에는 저절로 시름 생기리.

 묻노니 뒷 기약은 또 언제 있을 것인가.

 풍악의 봉우리마다가 비단이 되는 가을이네.

 同居歲末周 道情却勝百年遊

 空山落日分南北 白髮靑春恨去留

 寒風應徹骨 一窓明月自生愁

 後期借問何時在 楓嶽千峯錦繡秋

 

 빈 암자에서 회포를 폄

 

 살던 스님 다 흩어지고 빈 암자 지키는데

 산의 새와 산 구름에 또 나까지 셋이로다.

 [26]보전에 향불 사그러지매 신의 울음이 있고

 석당에 이끼가 덮여 이슬 단맛이 없다.

 외로운 지팡이가 만일 하늘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으면

 한 벌 바루는 장차 아마 바다 남쪽으로 향하리.

 우스워라, 내 삶이 일정한 주소 없거니

 흰 구름 그 어디서 이 몸 따듯해지리.

 居僧盡散守空庵 山鳥山雲我共三

 寶篆香寒神有泣 石鐺苔露無甘

 若不飛天北 一鉢將應向海南

 可笑吾生無住 白雲何處此身

 

 고향으로 돌아가는 풍곡 윤대사(豊谷潤大師)에게 답함

 

 문 앞의 소리와 빛깔은 보고 들음에 맡기고

 일찌기 향 노장과 영운을 가서 뵈었다.

 두 어버이를 한 번 이별했거니 얼마나 슬펐던가.

 천리의 외로운 지팡이에 길이 다시 갈리네.

 경의 배와 시의 창자에는 옥축을 간직했고

 소나무 창과 연꽃 누수에 금문을 외웠도다.

 남북으로 가고 오는 사람들 그 수가 많지만

 효와 도를 모두 갖춘 이 오직 그대 뿐이네.

 聲色門前任見聞 曾叅香老與靈雲

 雙親一別情何極 千路更分

 經腹詩藏玉軸 松窓蓮漏誦金文

 去來南北人無數 孝道兼全獨有君

 

 서호 노생(西湖盧生)의 운()

 

 나를 위해 전해 주는 아름다운 시를 얻어

 읊어 보고 비로소 말의 기특하고 현묘(玄妙)함 깨달았네.

 반딧불 창에서 옛 글 좋아하는 청운의 선비인데

 설탑에서 마음을 관찰하는 흰 누더기의 중이다.

 삼매의 참 인연은 많은 겁을 지냈는데

 한 표주박의 맑은 물로 남은 해를 보낸다.

 깨달음의 길 금노끈의 곧음을 알지 못하면

 보배의 뗏목으로 어떻게 대천세계(大千世界)를 건널 수 있으리.

 忽得佳篇爲我傳 吟來方覺語奇玄

 螢窓好古靑雲士 雪榻觀心白衲禪

 三昧眞緣經浩刧 一瓢淸水度殘年

 未知覺路金繩直 寶筏何能涉大千

 

 진휘대사(進輝大師)에게 줌

 

 세상 밖에 자취를 감추었으니 삼매가 무거운데

 인간 세상 부귀는 한 털처럼 가볍다.

 남쪽 하늘에서 이미 마음 구슬의 빛남을 얻었거니

 북쪽 바다에서는 부디 도의 거울 밝음을 찾으라.

 [27]학발의 두 어버이에게 지극한 효도 다하고

 용궁의 수 많은 책에 깊은 정성 가져라.

 평생을 이미 청산의 길에 허락했거니

 홍진의 이욕과 이름에 물들지 말라.

 物外藏蹤三昧重 人間富貴一毛輕

 南天已得心珠 北海須尋道鏡明

 鶴髮雙親窮至孝 龍宮萬軸有深誠

 平生旣許靑山路 不染紅塵利欲名

 

 한 거(閑居)

 

 十년 동안 남쪽으로 다니면서 현미함을 궁구하다가

 용잠으로 돌아와 저녁 별을 마주했다.

 높은 종각에서는 여섯 때를 종소리가 알리고

 떨어진 창에는 만 조각의 흐린 눈이 날린다.

 산의 등넝쿨 캐어 ? 찾는 신을 만들고

 손님의 노끈을 빌어 여름 지낸 옷을 꿰맨다.

 진종일 그늘을 따라 약초를 심고는

 홀로 향불 사르고 사립문을 닫는다.

 十年南徼叩玄微 歸到龍岑對夕輝

 高閣六時鍾響報 破窓萬片曇雲飛

 採山藤補尋?屐 借客繩縫過夏衣

 終日隨陰種藥草 獨焚香火掩柴扉

 

 솔을 읊어 영()스님에게 줌

 

 두어 자 외로운 솔이 풀 속에서 자라는데

 세상 사람들은 四시로 푸른 것을 몹시도 사랑한다.

 곧은 마음은 바람 서리의 괴로움에도 변치 않고

 우거진 잎은 능히 눈과 달의 서늘함을 머금었다.

 위수 가진 싸늘한 대의 빛을 이미 빼앗았거니

 어찌 무곡의 아리따운 복숭아꽃과 같으랴.

 이 다음 날 반드시 구름을 찌르는 기세가 있으리니

 그것 베어 들보 만들어 큰 집에 걸치리.

 數尺孤松草裏長 世人偏愛四時蒼

 貞心不變風霜苦 茂葉能含雪月凉

 已奪渭賓寒竹色 豈同武谷艶桃光

 他年應有凌雲勢 斫取爲樑架厦堂

 

 태조 독서당(太祖讀書堂)

 

 물이 나는 그 근원에 한 집을 높이 지어

 푸른 나무 푸른 연기가 동문을 다 잠갔다.

 쇠북 소리 아득히 울려 달은 흔들려 떨어지고

 가즈런 하지 않은 옥 섬돌은 이끼 흔적에 덮이었다.

 구비(龜碑)에는 아직도 신손(神孫)의 공적이 적혀 있는데

 용각은 치우치게 성조의 은혜에 적셔 있다.

 땅의 신과 산의 신령이 언제나 보호하나니

 태평한 그 기업이 만만년 두터워라.

 一堂高搆水窮源 碧樹靑烟洞門

 金鍾搖月落 叅差玉砌苔痕

 龜碑尙記神孫績 龍閣偏霑聖祖恩

 地祗山靈常護祐 泰平基業萬年敦

 

 석천암(石泉庵)에 올라

 

 용악의 맨 꼭대기 위에 시원스레 올랐는데

 그 가운데 선궁(禪宮)이 있어 ? 머물게 되었네.

 중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구름 속 절에 돌아오는데

 대나무는 서리를 맞이해 시냇가 가을에 푸르구나.

 천봉의 돌은 쓰러지는 하늘을 도와 솟았고

 뭇 골짝의 샘물은 못내 목 마름을 걱정해 흐른다.

 티끌 세상에서 그 누가 숲 속의 즐거움을 알려는고?

 나는 오늘 한가한 놀이를 얻게 되었네.

 快登龍嶽上層頭 中有禪宮?許留

 僧拂錫歸雲裡寺 竹迎霜翠澗邊秋

 千峯石補天傾聳 百谷泉憂海渴流

 塵世誰知林下樂 我能今日得閒遊

 

 고 향 생 각

 

 숲 너무 숨은 새가 제 홀로 노래하나니

 먼 나그네의 근심스런 회포가 여기 이르러 많다.

 하늘 끝에 떠돌아다니면서 부질없이 먹는 것만 말했고

 한가로이 바닷 가를 걸으면서 몇 번이나 모래를 쪘던가.

 어버이를 그리는 눈물은 왕손의 풀을 적시는데

 아우를 생각하는 정은 두견의 꽃에 상한다.

 지개문 닫고 잠깐 자려 하노니 불러 깨우지 말라.

 떨어지는 해에 또 생길 슬픔을 견디지 못할 것을-.

 隔林幽鳥自爲歌 遠客愁懷到此多

 漂泊天涯空說食 閒關海岸幾蒸沙

 思親濕王孫草 憶弟情傷杜宇花

 掩戶假眠休喚起 不堪落日又生嗟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 여러 벗에게

 

 멀리 생각하나니 고향 길은 二천리인데

 산은 길고 물은 넓어 꿈이 먼저 끄달린다.

 산은 치악에 잇닿아 구름이 지팡이를 따르고

 길은 여강으로 들어 물결이 하늘에 닿으리.

 六년 동안 한가히 남쪽 변방 달을 읊조리다가

 한 지팡이를 다시 북쪽 바디 연기에 던지네.

 인간의 묵은 계획이 원래 정함 없나니

 애오라지 짧은 시를 지어 이 해를 기억하리.

 遙憶鄕關路二千 山長水夢先牽

 山連雉嶽雲隨錫 路入驪江浪接天

 六載閑吟南徼月 一還擲北溟烟

 人間宿計元無定 聊賦短篇記此年

 

 등주산성(登州山城)에서 옛 일을 생각함

 

 등주의 기업이 우리 동방의 으뜸인데

 옛 주초와 남은 빈 터는 크게 힘을 썼구나.

 무너진 성가퀴의 찬 연기는 끊임 없이 날으고

 거친 돈대의 밝은 달은 다함 없이 비춘다.

높고 낮은 먼 멧부리는 평평한 들을 에워쌌는데

 꾸불꾸불한 긴 강은 오랑캐들을 방어했다.

 예와 이제의 흥하고 망한 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슴 속에 가득 쌓이는 시름을 견디지 못하겠네.

 登州基業冠吾東 舊礎遺墟太費功

 堆堞寒烟飛不住 荒臺明月照無窮

 高低遠峀圍平野 屈曲長江?狄戎

 緬想古今興廢事 不堪愁思滿胷中

 

 송음 대선사(松蔭大禪師)

 

 큰 늪에 배를 감추고 어디로 돌아갔는가?

 서리 치는 하늘에 학을 따르고 구름을 짝해 날아갔네.

 연라가 바짝 여위나니 시내 바람이 어지럽고

 동학이 못내 쓸쓸하나니 밤의 달만 빛난다.

 창밖에 자취가 없으매 잔나비와 새들이 끊어졌고

 바위 앞 물건들 그대로인데 주인은 그 주인 아니네.

 웅이산의 모든 풍경에 머리를 돌려 보노니

 천고의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이 옷을 적시게 하네.

 大澤藏舟何處歸 霜天隨鶴伴雲飛

 烟蘿憔悴溪風亂 洞壑凄凉夜月輝

 窓外蹤亡猿鳥斷 岩前物是主人非

 回看熊耳山中色 千古令人濕衣

 

 일우암 기유천(一遇岩己酉川)의 파후(破候)의 운을 따라

 

 나는 일찍 함산의 풍경을 찾아 보았는데

 일우 바위 곁에서 흥취가 가장 깊었었다.

 보배 들에는 아직 선녀의 발자취가 남았고

 향계에서는 티끌 세상의 마음을 벗을 만했다.

 바위를 안고 흐르는 물은 허공을 담아 푸른데

 골짝에 가득한 뜬 구름은 해를 가리어 그늘지웠다.

 하늘이 인간 세상의 기승한 땅을 빼앗아 갔나니

 다만 쓸쓸한 저녁 숲에 까마귀 울음만 들을 뿐이네.

 咸山風景我曾尋 一遇岩邊興最深

 寶石猶存仙女跡 香溪可濯世塵心

 抱岩流水虛碧 滿壑浮雲蔽日陰

 天奪人間奇勝地 只聽鴉噪空林

 

 또 송암 원 대사(松岩遠大師)에게 줌

 

 세상을 벗어난 장부가 주착하는 데 없나니

 사방의 산 어디엔들 가서 안 좋은 데 있으랴.

 머리를 들면 구름 밖에 수미산이 구르고

 발을 떼어 놓으면 이 우주에 향수가 기운다.

 술잔을 띄우는 뛰어는 자취는 쌍계를 건너는데

 화살을 깨무는 높은 이름은 八로에 가득하다.

 우선은 가을 바람 천리의 달을 기다렸다가

 북쪽 바다로 갈 날개 치기를 잊지 말아라.

 出世丈夫無住着 四山何處不宜行

 擧頭雲外須彌轉 擡步寰中香水傾

 浮盃逸躅雙溪度 嚙鏃高名入路盈

 且待秋風千里月 莫忘鼓翼北溟程

 

 객중(客中)의 술회(述懷)

 

 평생 동안이 호호한 풍진의 길이라

 백설곡 양춘곡을 세상에서 누가 알랴.

 예로부터 이제까지 다하는 날이 없는데

 몸 편하고 마음 편한 날 그 얼마나 되는고.

 백년 동안 언제나 천지(天地)의 나그네지만

 사해의 생령들을 혼자 가엾이 여긴다.

 만약 청량한 용 승천의 꿈 얻으면

 한 바탕의 법락(法樂)에 깊은 기약 있으리라.

 平生浩浩風塵路 白雪陽春世莫知

 ?今來無盡日 身安心逸幾多時

 百年天地長爲客 四海生靈獨用悲

 若得淸凉龍日夢 一場法樂有深期

 

 제 야(除夜)

 

 등불 돋우고 외로이 앉았으면 [28]물 듣는 소리가 재촉하는데

 씩씩한 나이와 빛나는 얼굴은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중한 옛 병은 나이 늙음을 인해 생기고

 많은 새 시름은 밤이 긺으로부터 오도다.

 창 앞의 새벽 기운은 사람을 침노해 싸늘한데

 산 고개 위의 매화는 눈을 무릅쓰고 핀다.

 쓸쓸한 숲으로 머리를 돌려 변하는 모습 보나니

 봄 바람이 불어 율개의 재를 일으킨다.

 挑燈孤坐漏聲催 壯齒韶去不廻

 舊病重因年老發 新愁多自夜長來

 窓前曙氣侵人冷 嶺上梅花雪開

 回首寒林看變態 春風吹起律箇灰

 

 , 설담 장로(雪潭長老)를 보내면서

 

 조계의 슬기로운 달이 오랫 동안 빛을 감추어

 남쪽 북쪽이 다 깜깜하여 모두 기연히  쇠했다.

 벽을 마주하거든 모름지기 가섭의 선정을 구하고

 몸을 팔거든 다시 조주의 옷을 입으라.

 천 길의 교해(敎海)에서 구슬을 찾아 가고

 다섯 갈래의 선의 숲에서는 열매 맺고 돌아간다.

 七보의 산 속에서 응당 지팡이를 쉬리니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또한 남은 해를 저버리지 말라.

 曺溪慧月久沈輝 南北冥冥盡陷?

 面壁須求迦葉 賣身又着趙州衣

 千尋敎海探珠去 五派禪林結子歸

 七寶山中應錫 談玄且莫負殘暉

 

 , 회암 화상(晦庵和尙)에게 드림

 

 법의 교화가 북쪽 변방의 사람에게까지 멀리 미쳐갔나니

 진실로 알겠네, 이 천지가 좋은 때를 만났음을-.

 항상 성덕을 들었나니 아직도 마음으로 순종하고

 오랫 동안 방명을 우러렀나니 도는 이미 친했네.

 선정의 물이 못에 깊어 중생들 갈증을 풀어 주고

 슬기의 구슬이 저자에 들어가 여러 가난을 구제한다.

 다함 없이 八만 장경을 다 잘 깨쳤거니

 이가 바로 [29]규산의 후세 사람인가 의심하노라.

 法化遠垂塞北人 政知天地遇佳辰

 常聞盛德心猶服 久仰芳名道已親

 定水深塘霑衆渴 慧珠入市解群貧

 能開八萬經無盡 疑是圭山後世身

 

 , 유선 대사(惟善大師)와 이별함

 

 슬프다, 내 행색이여, 마치 빈 배 같나니

 만리의 바람을 따라 잠깐도 머물지 않네

 [30]홍료(紅蓼)와 백빈(白蘋)[31]三도 밖이요

 새벽 바람과 저녁 달의 [32]十주 끝이었다.

 항상 고국을 그리워하나니 아마 창자 끊겼겠고

 다행히 새 시를 얻었나니 서름 또한 멎지 않네.

 북쪽 변방과 하늘 남쪽이 지금부터 멀어지리니

 양춘 곡조와 백설 가락은 누구와 응수하리.

 嗟吾行色等虛舟 萬里隨風暫不留

 紅蓼白蘋三島外 曉風夕月十洲頭

 常懷故國應斷 幸得新篇恨亦休

 塞北天南從此遠 陽春白雪與誰酬

 

 염 송(拈頌)

 

 만고에 거칠은 산은 가심덤불 숲인데

 연기와 구름이 길을 덮었거니 누가 능히 찾으랴.

 [33]계봉은 바로 꽃을 잡은 뜻을 알아차렸고

 [34]구곡(龜谷)은 능히 벽을 마주한 마음을 잘 깨쳤다.

 뜨거운 돌과 무너지는 언덕도 오히려 누르지 못하며

 날으는 별과 터뜨리는 대도 금하기 어려웠다.

 머리를 돌리니 아득하여라. 넓은 들판은 먼데

 [35]배를 잃은 파사(波斯)는 초나라를 향해 읊조린다.

 萬古荒山荊林 烟雲徑孰能尋

 鷄峯直點拈花旨 龜谷能開面壁心

 烈石崩崖猶不抑 飛星爆竹也難禁

 回頭索莫郊坰遠 失舶波斯向

 

 , 상월 화상(霜月和尙)에게 드림

 

 먼 북명에서 오래 전부터 성가를 들었나니

 옥우가 맑고 빈 수경이 비끼었다.

 사물을 접하는 신셩스런 활동은 살활이 자재하고

 사람을 대하는 그윽한 이치는 금과 모래를 분별한다.

 선심은 이미 뜰 앞의 잣나무를 깨쳤거니

 도의는 응당 겁 밖의 꽃을 피웠으리라.

 아름다운 말을 주고 받으며 한 밤을 지냈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돌려 못내 슬프게 하네.

 久聞聲價北溟 玉宇淸虛水鏡斜

 接物神?全殺活 對人玄旨辨金沙

 禪심已得庭前栢 道意應開外花

 繡語相呈留一夜 使人回首不勝嗟

 

 백양산

 

 땅아 궁벽하매 사람들이 다 선정에 든 중과 같아

 문을 나와 손님을 맞이해도 마치 무능한 것 같구나.

 가을 서리는 나무를 물들여 붉은 비단 폈는데

 겨울 눈은 산을 봉해 흰 옥을 보태었다.

 한 줄기 차 다리는 연기는 대와 어울려 차갑고

 반 바퀴의 여라의 달은 시내에 떨어져 맑다.

 깨끗한 세계에 소요하면서 티끌 세상 잊었나니

 구태여 천태산의 잔교를 밟고 오를 것 없네.

 地僻人皆入定僧 出門迎客似無能

 秋霜染樹紅羅鋪 冬雪封山白玉增

 一抹茶烟和竹冷 半輪蘿月落溪澄

 逍遙淨界忘塵世 不必天台躡棧登

 

 용비루(龍飛樓)의 판상(板上)의 운을 따라

 

 흥왕의 원찰이 구름 빗장을 의지했나니

 비로소 알겠네, 그 때에 불령을 입었던 것을-.

 성조의 뛰어난 공은 절의 사적에 올랐고

 국사의 신기한 이변은 선의 경책에 실렸다.

 금사에 밤이 고요한데 종소리는 달을 흔들고

 옥부에는 가을이 깊어 나무잎이 뜰에 찼다.

 시내 위의 빈 누각에 베개를 베고 누웠는데

 물 소리는 꿈 속에 흘러 들어 떨어지네.

 興王願刹倚雲扃 始識當年荷佛靈

 聖祖奇功登寺蹟 國師神異載禪經

 金沙夜靜鍾搖月 玉府秋深葉滿庭

 溪上虛樓欹枕 水聲流入夢中零

 

 가을 경치

 

 절이 신선의 땅에 있어 속인의 발자국이 먼데

 학대에 가을이 늦어 경치가 더욱 많다.

 시내는 요술을 머금고 창에 다달아 타고

 산은 비단옷을 입고 해를 향해 자랑한다.

 붉은 그림자가 강에 찼나니 단풍이 언덕에 늙었는데

 푸른 그늘이 지게에 아득이나니 대숲이 언덕에 낮다.

 이 맑은 밤에 두어 소리가 그 어디서 오는가.

 천리의 나그네 기러기가 달 아래 지나가네.

 寺在仙區俗蹤遐 鶴臺秋晩景偏多

 溪含瑤瑟臨窓奏 山被錦衣向日誇

 紅影滿江楓老岸 綠陰迷戶竹低阿

 數聲淸夜來何處 千?征鴻月下過

 

 남대(南臺)에 올라

 

 남쪽 기슭에 높이 올라 먼 하늘을 바라보니

 두 섬이 부평초처럼 바다 동쪽에 닿아 있네.

 밝은 거울이 얼굴을 비추나니 시냇물에 다달았고

 맑은 거문고 소리가 귀에 차나니 솔바람을 듣는다.

 푸른 산의 성곽은 연사를 에워쌌고

 노랑새는 북이 되어 버들 떨기를 짠다.

 이 경치가 시의 창자와 또 도덕을 돕나니

 한 평생 이 때에서 늙음을 잊으리라.

 高登南麓望天空 二島如萍接海東

 明鏡照臨澗水 淸琴盈耳聽松風

 靑山城郭圍蓮社 黃鳥爲梭織柳叢

景助詩兼道德 平生忘老此臺中

 

 고암(古庵)에 돌아오다.

 

 아침에는 산에 놀고 저물면 암자에 돌아오는데

 학의 아우와 구름의 형과 나까지 셋이로다.

 창 앞에서 패서를 읽나니 시내의 달이 나눠 오고

 밤에는 선호를 봉하나니 봉우리의 안개를 빌어 온다.

 붉은 티끌과 자주빛 거리에 원래 뜻이 없거니

 첩첩한 산과 그윽한 숲에 어찌 부끄럼 있으랴.

 세상 밖의 편하고 한가함을 관이 빼앗지 않나니

 임금을 축수하는 향을 옥로에 꽂아 사르네.

 朝遊山上?歸庵 鶴弟雲兄我亦三

 窓讀貝書分澗月 夜封禪戶借峯嵐

 紅塵紫陌元無意 疊嶂幽林豈有慚

 物外安閑官不奪 祝君香揷玉爐

 

 , 석왕사(釋王寺)에 제()하여 북평사(北評事)에게 드림

 

 온 천하가 모두 거룩한 은혜를 입나니

 금의 가치와 옥의 갈래가 근원이 견고하다.

 신승은 호랑이처럼 엎드려 선탑을 열고

 성조는 용처럼 일어나 절의 문을 열었다.

 달이 빈 뜰에 가득해 소나무에 학이 자는데

 경쇠 소리는 깊은 골을 뚫어 산의 잔나비 운다.

 지금 노래 가락이 아름다운 비파와 어울림 듣고

 선정에서 깨어난 스님이 세상 손님을 따라 말하네.

 普率無非是聖恩 金枝玉派固根源

 神僧虎伏開禪榻 聖祖龍興闢寺門

 月滿虛庭松睡鶴 磬穿幽壑嶺啼猿

 今聞歌曲和搖瑟 出僧隨世客言

 

 , 학성산곡(鶴城山谷)에게 드림

 

 사군의 다섯 말이 여러 하늘에서 와서

 천의 봉오리와 만의 골짝의 연기를 다 밟았다.

 봄이 간 뒤에 멧부리의 빛은 층층이 푸른데

 손님이 온 앞에서 시냇물 소리는 차가이 목멘다.

 골짝이 밝은 달을 머금은들 어찌 잊을 것인가.

 바다가 남쪽 산을 사이? 도리어 아득하다.

 검은 일산이 거듭 찾아와 하룻밤 묵었나니

 전생 인연이 공문에 있었음을 알 만하구나.

 使君五馬到諸天 踏破千峯萬壑烟

 嶽色層靑春去後 溪聲寒咽客來前

 谷含明月何忘矣 海隔南山却渺然

 盖重尋留一夜 空門知有昔時緣

 

 노 석사(盧碩士)를 보냄

 

 맑은 모습을 한 번 이별하면 실로 만나기 어렵나니

 정신의 사귐이 오직 한 때 사이라 기억하네.

 꽃 떨어지는 오늘에 새 벗을 이별하거니

 꽃다운 풀 어느 해에 옛 얼굴 다시 볼꼬.

 숲 속의 소식을 한수(漢水)에 전하기는 어렵지마는

 서울의 편지를 구름 산에 보내기는 아마 쉬우리.

 도는 비록 서로 다르나 마음에는 간격 없나니

 밤 달의 선창에 꿈이 한가하지 못하겠네.

 一別淸姿會必難 神交惟記一時間

 落花今日離新交 芳草何年見舊

 林下信難傳漢水 洛中書易送雲山

 道雖有異心無隔 夜月禪窓夢末閒

 

 , 취암(鷲岩)스님에게 붙임

 

 쌍성의 구름 밖 절에 오래 동안 살면서

 [36]권교라 실교를 아울러 행하여 진종을 연설한다.

 손에는 슬기의 칼을 쥐고 혼침 산란 제하고

 마음에는 선등을 켜 마명과 용수를 계승하네.

 하늘은 외로운 중을 사랑하여 하얀 달을 나누어 주는데

 바람은 그윽한 꿈을 미워해 찬 종소리 끌어 온다.

 남북으로 각기 흩어져 있어 만날 길이 없나니

 모르겠네, 어느 해에 옛 얼굴을 마주하리.

 久住雙城雲外寺 並行權實演眞宗

 手持慧劒除昏散 心點禪燈繼馬龍

 天愛孤僧分白月 風憎幽夢引寒鍾

 南北無相訪 不識何年對舊容

 

 , 백운(白雲) 스님에게 줌

 

 소매 속 맑은 바람이라 어디로 가나 편안한데

 다행히 서로 만나 짧은 등불을 밝혔다.

 맑은 정신이 돌아 드나니 산 잔나비가 부르짖고

 자리를 걷어 도로 드리나니 들 오리가 운다.

 도의 뜻이 더욱 깊으매 세상 생각 녹이고

 시의 정이 또 넓으매 사람은 놀라고 느낀다.

 범인을 뛰어난 재주와 기예를 누가 감히 당적하리

 붓을 들어 멈추지 않으매 주옥 같은 시가 되네.

 滿袖淸風到處平 幸逢相對短燈明

 澄神返入山猿嘯 捲席還呈野鴨鳴

 道意彌深消世慮 詩情又感人驚

 才藝誰能敵 落筆無停玉句成

 

 백운(白雲)의 운을 따라

 

 첩첩한 산봉우리가 시내에 닿은 곳 바로 내 집인데

 구름 뜰에 한가히 거닐거니 어찌 남여를 타랴.

 시끄러움을 싫어해 산의 고요함을 스스로 마주하고

 홀로 있는 것, 사랑하나니 도리어 손님 발길 뜸한 것 기뻐한다.

 목메어 우는 매미 소리는 아침 비 온 뒤요

 쓸쓸한 소나무 바람은 새벽 바람 분 끝이다.

 인연을 거두고 동쪽 창 앞에 단정히 앉아

 하루 종일 무심히 옛 책을 읽고 있네.

 疊嶂聯溪是我屋 雲庭閑步豈乘輿

 嫌喧自對山形寂 愛獨還欣客跡

 咽咽蟬聲朝雨後 蕭蕭松籟曉風餘

 收緣端坐東窓下 永日無心讀古書

 

 백운(白雲) 스님을 보내면서

 

 구름은 혹 높이도  날고, 혹은 낮게 날으며

 푸른 하늘의 외로운 달은 동서에 자유롭다.

 옷깃 앞이 만리라 다 다니기 어려운데

 지팡이 밖의 천산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시의 뼈는 사람에 뛰어나 맹야를 본받았고

 선의 등불은 벽을 비추어 조계를 계승한다.

 내일 아침에 멀리 보내나니 또 남쪽 끝이라

 눈 빛깔과 바람 빛에 가는 길 아득하리.

 雲或高飛或復低 碧天孤月任東西

 襟前萬里行難盡 外千山散不齊

 詩骨超人效孟野 禪燈照壁續曺溪

 明朝又送南涯遠 雪色風光去路迷

 

 다시 용산(龍山)의 남암(南庵)에 와서

 

 二十년 전에 이 절에서 놀았는데

 지금에 다시 여기 오니 시름이 가만히 생긴다.

 많은 스님네는 새 얼굴로서 선객을 맞이하는데

 종은 옛 소리 띠고 돌누각을 뒤흔든다.

 용악의 남악에는 내가 살 만하지만

 설산의 서굴에는 누가 다시 머물꼬.

 정정한 소나무 잣나무는 뜰 앞에 푸르른데

 슬프다, 덧없는 내 생은 이미 백발이구나.

 三十年前此寺遊 如今重到暗生愁

 僧多新面迎禪客 鍾帶舊聲振石樓

 龍嶽南庵吾可住 雪山西窟孰更留

 亭亭松栢庭前翠 嗟我浮生已白頭

 

 원산창(元山倉)의 판상운(板上韻)

 

 표묘한 연기 물결에 고기잡이 배가 점 찍었는데

 천리의 부상이 진정 아득하여라.

 오궐에는 三도의 달이 언제나 밝고

 신루에는 十주의 신선이 항상 모인다.

 집 추녀에는 산이 가까와 푸른 숲이 고요한데

 모래 언덕에는 갈매기가 졸고 흰 옥이 곱다.

 거기 또 석양에 감상할 만한 것이 있나니

 기러기가 가을 빛을 띠고 강 하늘을 지나가네.

 烟波縹點漁船 千里扶桑政杳然

 鰲闕長明三島月 蜃樓常聚十洲仙

 屋簷山近靑林寂 沙岸?眠白玉鮮

 又有夕陽堪賞處 鴈將秋色過江天

 

 금봉실(金峰室)의 운을 따라

 

 금봉이 설봉 모퉁이에 높이 솟아났는데

 그 가운데 있는 선암에는 속인의 발자취 없다.

 해를 맞이하는 창 앞에는 범을 풀어놓는 지팡이요

 경을 강론하는 책상 밑에는 용을 항복받는 바루이다.

 마음은 흐르는 물을 가지고 청한을 함께하고

 몸은 떠도는 구름과 더불어 자재를 같이한다.

 성긴 발을 걷어 올리고 보는 것 무엇인가.

 높은 벼랑 층층한 절벽에 늙은 솔이 외롭다.

 金峯高出雪峯隅 中有禪庵俗跡無

 迎日窓前解虎錫 講經床下降龍盂

 心將流水淸閑共 身與浮雲自在俱

 捲起踈簾何所見 斷崖層壁老松孤

 

 상월(霜月)의 축운(軸韻)

 

 오랫 동안 현경을 갈아 이미를 비추니

 경계를 대하면 도리어 순도 위도 없구나.

 三十년 전에 일찌기 면식이 있었더니

 二천리 밖으로 또 지팡이 날리어라.

 지금 가면 멀고 먼 향산 길인데

 잠깐 들어갔나니 소소한 석왕사의 사립이다.

 멀리 떠나는 높은 발길을 말릴 수 없나니

 흰 구름 어느 곳으로 다시 찾아 돌아오리.

 久磨玄鏡照離微 對境還無順與違

 三十年前曾面識 二千里外又

 今從遠遠香山路 暫入蕭蕭釋寺扉

 遐擧高蹤留不得 白雲何處更尋歸

 

 , 취연(翠烟)에게 줌

 

 석문의 배움 바다에서 몇 해나 놀았던고

 큰 거울의 풍류가 이미 무리를 뛰어났다.

 옥을 쪼는 선의 마음은 푸른 잣나무 보았고

 사람을 건지는 소리와 기림은 청구에 가득했다.

 바랑 속에는 바루 하나와 천권의 경전인데

 지팡이 밖에는 세 산과 또 十주가 있다.

 덧없는 세상의 아양곡은 스님과 나 뿐이거니

 서로 만나니 그래도 나그네 시름을 알겠네.

 釋門黌海幾年遊 藻鑑風流已

 琢玉禪心看翠栢 濟人聲譽滿靑丘

 囊中一鉢兼千卷 外三山又十洲

 浮世峨洋師與我 相逢猶解客中愁

 

 , 유객(遊客)에게 줌

 

 평생의 자취를 연하 밖에 감추었거니

 어찌 인간과 더불어 서로 사귐 있으랴.

 가슴 속에는 언제나 고금의 달이 밝았고

 입 안에는 항상 성현의 말씀을 외운다.

 나를 안다고 찾으나 원래가 하나도 없는데

 도를 참 중에게 물으니 다만 셋만이 있다.

 오늘 다행히 푸른 눈의 선비를 만났거니

 티끌 가슴을 다 함께 푸른 못물에 씻자.

 平生藏跡烟霞外 豈與人間有所覃

 胷次長明今古月 口中常誦聖賢談

 訪吾知己元無一 問道眞僧但有三

 此日幸逢靑眼士 塵襟共濯碧溪潭

 

 비온 뒤 강가에 나가

 

 천봉에 비가 개어 흥을 겁잡지 못해

 숲 속을 한가히 거닐다가 흐르는 강물을 구경한다.

 우뢰 소리와 눈 빛은 놀란 물결 속이요

 목동이 피리와 고기잡이 노래는 끊어진 언덕 위이다.

 푸른 안개는 정이 없이 졌다 다시 걷히는데

 흰 갈매기는 뜻이 많아 잠겼다 또 뜬다.

 온 아침을 내내 턱을 고이고 돌 위에 누워

 즐거이 노는 도어(?)들을 웃으며 바라보네.

 雨霽千峯興不收 出林閒步翫江流

 雷聲雪色驚波裏 牧笛漁歌斷岸頭

 翠霧無情舒復捲 白?多意沒還浮

 終朝石上支頤卧 笑看?魚樂自遊

 

 , 한 덕전(韓德田)에게 드림

 

 험악한 세상 길이 갈수록 타락하여

 마음에 둘 일이 없이 돌뜰을 거니노라.

 밤이 고요하면 향불 사르고 한가히 송주하며

 창이 밝으면 티끌을 떨고 또 경전 이야기다.

 신양설의 가락에 산이 희어 응하고

 옛 친구 찾아 오면 눈이 문득 밝아진다.

 우리 가풍이 적멸을 수행? 웃지 말게나.

 봄 난초나 가을 국화가 향기로움은 매일반인걸.

 崢嶸世路漸頹零 無事關心步石庭

 夜靜焚香閑誦呪 窓明揮塵又談經

 新陽雪曲目應白 舊識人來眼忽靑

 莫笑吾家修寂滅 春蘭秋菊一般馨

 

 적안 이공 상현(赤岸李公相顯)에게 답함

 

 설악의 높은 봉우리에 오른지 오래거니

 세간의 사람 일에는 나는 아무 재능없다.

 시냇물 소리는 돌을 쏘아 창앞에 부르짖고

 산 빛은 구름을 헤쳐 눈 밑에 층층하다.

 절벽의 푸른 소나무에는 늙은 학이 졸고

 빈 마루의 밝은 달 아래 외로운 중이 누웠다.

 평생을 참다운 신선의 이 세계에 머무르면서

 오직 기뻐하나니 가슴 속에 선정의 물이 맑네.

 雪嶽高岑久已登 世間人事我無能

 溪聲射石窓前吼 山色披雲眼底層

 壁蒼松眠老鶴 虛堂明月孤僧

 平生住此眞仙界 惟喜胷中定水澄

 

 , 백운(白雲)에게 줌

 

 금사의 복숭아꽃 오얏꽃이 저녁 바람에 피어

 시객이 못내 정답게 나를 찾아 왔구나.

 스님은 연기와 놀을 띠어 겉옷이 젖었는데

 나는 주장자를 가지고 손바닥을 괴고 있다.

 일찌기 자맥을 쫓아 三의()가 다 헤어졌는데

 홀로 푸른 산에 앉아 모든 생각 사라졌다.

 전대에 가득한 천편의 글이 도에 이익 없나니

 바위 밑에서 소를 길러 돌아옴만 같지 못하네.

 金沙桃李晩風開 詩客慇懃訪我來

 師帶烟霞身外濕 吾携柱杖掌中擡

 曾從紫陌三衣破 獨坐靑山萬慮灰

 滿千篇無道益 不如巖下養牛廻

 

 호암(虎岩)의 운을 따라

 

 물병과 지팡이 가지고 한암으로 들어가

 뜻을 바루고 몸을 닦고 입도 또한 다물었다.

 세상을 건지는 인자한 바람은 모든 나그네에게 불고

 경을 강론하매 꽃비는 뭇 범부들을 적신다.

 세 수레의 오묘한 뜻을 스님은 잘 깨쳤는데

 한 책상의 깊은 정은 나도 함께 간절하다.

 천리에  형주를 알아 이제 비로소 만났나니

 반 평생의 마음 회포를 지금에 다 이루었다.

 手携錫入寒岩 正意修身口亦緘

 濟世仁風吹衆客 講經花雨浥群

 三車竗旨師能透 一榻深情我共諴

 千里識荊今始會 半生心緖此時成

 

 한 훈장(韓訓長)의 운을 따라

 

 홀로 가을 산에 살아 헤어진 누더기가 차지만

 반 평생에 애오라지 이 몸 편하게 되었다.

 금문(金文)을 읽는 곳에 마음의 도적을 비추고

 옥 촛불이 밝은  때에 법의 단에 예배한다.

 자취를 감추고 빛을 숨기기는 원래 쉬우나

 이름을 들내고 세상에 날치기 그것 바로 어렵네.

 가만히 앉아 인간의 일을 잠자코 세어 보나니

 그것은 진정 외외하여 백척 장대 끝 같네.

 獨在秋山破衲寒 半生聊得此身安

 金文讀處照心賊 玉燭明時禮法壇

 晦跡鞱光元有易 顯名揚世即爲難

 坐來默人間事 政是嵬嵬百尺竿

 

 원산창(元山倉)의 판상(板上)의 운을 따라

 

 춘성관이 질펀한 바다 문에 잇닿아

 아침 해가 처음 오르면 가장 경치가 맑다.

 외로운 따오기와 떨어지는 놀은 젓는 노를 따르고

 첩첩하고 층층한 물결은 바람을 만나 운다.

 서리를 띤 가을 빛에 강 하늘이 저무는데

 새벽을 부르는 닭 소리에 나그네 꿈이 놀란다.

 두어 가락 고기잡이 노래가 먼 개에서 돌아오나니

 석양의 누각 위에서 붓으로 그리기 어렵네.

 春城接海門平 朝日初生最景明

 ?落霞隨棹去 疊波層浪遇風鳴

 帶霜秋色江天 唱曉鷄聲客夢驚

 數曲漁歌來遠浦 夕陽樓上筆難成

 

 오백곡(吳白谷)의 운을 따라

 

 한로가 축령공에게 옷을 붙들렸는데

 예나 이제나 사귄 정은 석유(釋儒) 사이에 있었다.

 연방에 밤이 고요하매 티끌 인연이 끊어지고

 돌 자리에 마음이 한가하매 도의 맛이 무르녹네.

 산 속에서 삼매의 선정이 막 깨이려 하자

 다행히 문 밖에서 한 시옹(詩翁)을 만나겠다.

 한 책상에서 또 과거 인연의 일을 이야기하나니

 해를 지난 그윽한 회포가 오늘에야 통하네.

 韓老留衣祝嶺公 古今交契釋儒中

 蓮房夜靜塵緣斷 石榻心閒道味融

 纔破山間三昧 幸逢門外一詩翁

 同床又說前緣事 隔歲幽懷此日通

 

 풍암(楓岩)의 운을 따라 붙임

 

 가사와 바루는 멀리 백암에게서 받았는데

 그 명성과 도가는 쪽에서 나와 더 푸르다.

 나는 노비를 열어 일찌기 북방에 머물렀고

 그대는 겸추를 정돈해 크게 남방에서 떨쳤다.

 만권의 책을 뱃속에 담아 공성(孔聖)을 스승하고

 천권의 게송을 보아 구담(瞿曇)을 계승했다.

 책상을 맞대고 하루 종일 현묘한 말 듣나니

 마치 주린 사람이 맛난 八미를 얻은 것 같네.

 衣鉢遙從古栢庵 名聲道價出於藍

 我開鑢鞴曾留北 君整鉗鎚大振南

 腹萬卷書師孔聖 目千經偈繼瞿曇

 連床終日聞玄語 如得飢中八味甘

 

 회암사(檜岩寺)의 회고(懷古)

 

 멀리 양주의 천보사를 찾았나니

 우뚝한 석탑은 지금도 남아 있다.

 남쪽 시내의 흐르는 물은 천추의 설움이요

 북쪽 멧부리의 뜬 구름은 만고의 시름이다.

 허물어진 성가퀴와 거친 돈대는 토끼굴로 변하였고

 옥 누대와 황금 전각은 진구로 화하였다.

 층층한 뜰은 아직 있는데 사람은 어디 갔는고?

 석양에 홀로 섰나니 눈물을 거둘 길없네.

 遠訪楊州天寶寺 嵯峨石塔至今留

 南溪流水千秋恨 北嶽溪雲萬古愁

 廢堞荒臺成兎窟 玉樓金殿作塵丘

 層階尙在人何去 獨立斜陽未收

 

 화월 원일 대사(和月圓一大師)에게 줌

 

 바람이나 달은 사정이 없어 세상이 다투지 못하는데

 도리어 꽃과 버들을 찾아 부질없이 마음을 괴롭힌다

 염소 창자 같은 세상 길은 오히려 곧 추기 어려운데

 호랑이 뿔 같은 사람의 마음은 진정 편하지 못하다

 칡은 고심으로 오를 때 나무 가지를 더위잡고 오르고

 파리는 천리를 갈 때 기마의 꼬리에 붙어 간다

 그대에게 강 달라 솔 바람의 차가움을 주노니

 넓은 소매에 싸 가지고 돌아가 한 평생을 지내어라.

 風月無私世莫爭 却尋花柳謾勞情

 世路猶難直 虎角人心政不平

 葛聳高尋攀樹聳 蠅行千里附驥行

 贈君江月松風冷 歸度一生

 

 금강산(金剛山)의 운을 따라

 

 一만 二천 봉우리가 하늘 즈음에 벌려 있어

 홍몽을 처음으로 가를 때 정령을 쌓아 두다.

 용연의 물은 떨어져 항상 눈을 날리는데

 탑동의 구름은 깊어 어지러이 천둥을 울린다.

 흰 돌은 하늘에 솟아 칼 빛인가 의심하고

 푸른 못은 땅 속에 숨어 마치 뇌성과 같다.

 기이함이 잠기고 훌륭함이 가리어 다 구경하기 어려우나

 인간 세상에 옥경을 빚어 놓음 어찌할 수 없구나.

 萬二千峯天際列 鴻蒙肇判畜精靈

 龍淵水落恒飛雪 塔洞雲深亂吼霆

 白石危天疑劒色 碧潭隱地若雷聲

 潜奇掩勝皆難賞 無乃人間釀玉京

 

 , 오봉 영주대사(五峰靈珠大師)에게 줌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명성이 해동에 가득하여

 온갖 책을 두루 보아 고금의 일을 다 통했다

 복숭아꽃이 피는 곳에 마음의 달을 밝히고

 대를 때리는 소리에 조사의 가풍을 계승했다.

 성인의 도에는 같고 다름의 밖을 말하지 말라.

 사람의 정은 옳고 그름이 속을 벗어나지 못하나니

 남성에서 또 옷 안의 구슬을 얻어 돌아왔거니

 세상 사람의 가난을 구제하기에 활동이 끝이 없네.

 竗歲佳聲滿海東 群書涉古今通

 桃花發處明心月 擊竹聲邊續祖風

 聖道莫論同異外 人情無出是非中

 南城又得衣珠返 濟世人貧用不窮

 

 풍악(楓岳)을 만()

 

 세상 사람들 말하기를 남북에 오직 풍악이라 했는데

 어찌 뜻했으리, 오늘 아침에 부음을 들을 줄을-.

 七十년의 인간에서 항상 강논을 힘쓰더니

 三천 세계 밖으로 갑자기 구름을 탔네.

 앞 사람의 도경을 좇아 선의 굴을 밝혔고

 뒷 사람의 현기를 지도하여 교의 문을 열었다.

 고요하고 쓸쓸한 재단에 아무 형식 없거니

 맑은 차 한 잔을 누구와 더불어 나눌꼬!

 世言南北惟楓嶽 豈意今朝訃告聞

 七十人間常勉講 三千界外忽乘雲

 從前道鏡明禪窟 後玄機闢敎門

 寂寞齋壇無形跡 淸茶一椀與誰分

 

 금강산으로 돌아가는 태총(太聰)에게 줌

 

 그대는 어찌 다행하게도 법왕의 신하 되었는고?

 세속을 벗어난 맑은 모습이 무리를 뛰어났다.

 푸른 대는 능히 서리 뒤의 여름을 가지고

 푸른 솔은 길이 눈 속의 봄을 띠고 있다.

 담옹의 강론하는 책상에서 일찌기 오묘한 이치 듣고

 무갈(無竭)이 모이는 자리에서 또 몸을 붙이었다.

 만일 비로봉의 맨 꼭대기를 밟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티끌 세상의 대장부라 하리라.

 君爲何幸法三臣 拔俗淸姿等倫

 綠竹能持霜後夏 靑松長帶雪中春

 潭翁講案曾聞竗 無竭會筵又寄身

 若踏毘盧峯頂上 可言塵世丈夫人

 

 취송(翠松)을 만()\

 

 허깨비 몸이 머물기 어렵기 동으로 흐르는 물 같아

 六十년의 세월이 마치 석화(石火) 속 같다.

 떨어지는 달 빈 산에 창자가 끊어지는 듯

 차가운 등불 긴 밤에는 눈물이 다함 없네.

 한 평생의 패엽은 썩은 흙으로 돌아가고

 다섯 갈래의 선립은 조사 가풍이 줄었다.

 나보다 뒤에 왔다가 나보다 먼저 가나니

 비로소 알겠네, 하늘의 도리가 인정을 거스림을.

 幻身難住水流東 六十年光石火中

 落月空山欲斷 寒燈長夜無窮

 一生貝葉歸塵土 五派禪林減祖風

 後我而來先我去 始知天道逆人情

 

 철령(鐵嶺)의 운을 따라

 

 높고도 높은 철령산으로 홀로 오르나니

 창창한 한 면을 바다 문이 잠갔다.

 옷깃 앞의 만리에는 긴 바람이 끄을고

 소매 밑의 천봉에는 조각 달이 한가하다.

 사람의 말을 은한 밖으로 전할 것 같고

 손의 지팡이는 두우의 사이에 닿을 것 같다

 다시 맨 꼭대기에 올라 오래 배회하나니

 [37]약목과 부상을 그 날로 돌아올 것 같구나.

 獨上高高鐵嶺山 蒼蒼一面海門關

 襟前萬里長風引 袖下千峯片月閑

 人語能傳銀漢外 手可接斗牛間

 更登頂逍遙久 若木扶桑日可還

 

 금산 화엄회(金山華嚴會)

 

 금산의 제일 훌륭한 구역이라 이르는 말을 듣고

 봄 바람에 지팡이를 날려 기이한 놀이 마련했다.

 승당에서 선정에 들면 마치 계족과 같고

 강탑에서 글을 의논하면 마치 취두와 같다.

 주인과 손이 말하고 듣는 참학하는 곳인데

 용과 뱀과 범부와 성인이 높은 누각에 가득하다.

 옛날 그 때 적토의 보리 모임이

 오늘 남섬부주에 다시 열렸네.

 聞道金山第一區 春風飛錫辨奇遊

 僧堂入定猶鷄足 講榻論文似鷲頭

 主伴說聽叅學處 龍蛇聖滿高樓

 當年寂土菩提會 今日重開贍部洲

 

 한거(閑居)의 운을 따라

 

 일찌기 이미 운수향 속에 들어갔으나

 선가의 소식에는 모두 무능하였다.

 속세의 정은 험준하여 건너기 천척(千尺)의 장대요

 세상 일은 위험하여 오르기 만층의 물결이다.

 대막에서 바람이 오면 소나무는 비파가 되고

 부상에서 달이 오르면 벽은 등불이 된다.

 한 평생에 홍진의 길을 밟지 않는 사람은

 오직 이 산속에 사는 흰 누더기의 중이네.

 雲水鄕中入已曾 禪家消息無能

 俗情險涉竿千尺 世事危登浪萬層

 大漠風來松作瑟 扶桑月出壁爲燈

 平生不紅塵路 惟是山間白衲僧

 

 삼가 학성 부백(鶴城府伯)의 운을 따라

 

 다섯 말이 잠깐 와서 학성에 이르렀는데

 빛나는 은혜로운 덕화가 모든 백성들에게 퍼진다.

 여러 해로 곤궁하던 고을의 깊은 어두움을 제하고

 백리의 어두운 거리는 하늘의 맑음을 얻었다.

 갈 길을 재촉하는 윤음(綸音)을 갑자기 받았나니

 오직 시골 늙은이들의 인을 칭송하는 소리만 더한다.

 하늘 끝에서 받들어 이별하매 사람들 모두 울고

 철령의 구름은 근심스러워 비만 내리고 개지 않네.

 五馬暫來到鶴城 彬彬惠化布群氓

多年獘府除幽暗 百里昏衢得天明

忽被綸音催去路 惟添野叟頌仁聲

 天涯奉別人皆泣 鐵嶺雲愁雨不晴

 

 삼가 월음 상국(月陰相國)의 운을 따라

 

 나는 바로 금년에 八十의 나이인데-.

 어찌 알았으리, 각각 남북으로 헤어져 있을 줄을

 빈 산 떨어지는 해에 항상 눈을 머금고

 긴 밤 차가운 등불 앞에 일어나 시름한다.

 구름 그림자는 때를 따라 눈 앞을 가리는데

 달 빛은 변함이 없이 마음을 비춰 준다.

 고달픈 고기가 낙수에 머물거니 누가 능히 건져 주랴.

 소나무 창에 병을 안고 누웠음을 스스로 한탄하네.

 我是當年八十秋 豈知南北各分遊

 空山落日常含 長夜寒燈又起愁

 雲影有時遮眼面 月光無變照心頭

 困魚止誰能救 自恨松窓抱病留



[1], 금서(金書) ·· 불경(佛經)

[2], 승묵(繩墨) ·· 규칙. 법규(法規).

[3], 패서(貝書) ·· 불경.

[4], 옥루(玉漏) ·· 옥으로 만든 궁중의 물시계

[5], 금풍(金風) ·· 가을가람.

[6], 금사(金沙) ·· 금잔디.

[7], 옥동(玉洞) ·· 신선이 사는 곳.

[8] *?의 표시는 원전을 해독할 수 없는 부분.

[9], 문아(文雅) ·· 풍류.

[10], 노계(魯鷄) ·· 닭의 일종으로 싸움(軍鶴).

[11], 신경(神鏡) ·· 신전(神殿)에 걸어놓는 거울.

[12], 정위(庭圍) ·· 부모가 계시는 방.

[13], 황두(黃頭) ·· 석가모니 부처님.

[14], 고운(孤雲) ·· 최고운(崔孤雲)을 이름. 여기서 「孤雲」이 「외로운 구름 노닐던 곳」이라고 은유하면, 다음 귀절 「花潭의 물이여」에서 徐花潭과 짝을 이룬다.

[15], 홍몽(鴻蒙) ·· 천지의 원기(元氣).

[16], 라월(蘿月) ·· 담쟁이 잎 사이로 보이는 달.

[17], 아양(峨洋)의 가락 ·· 높고 낮게 흐르는 가락.

[18], 구류(九流) ·· 한 나라 시대의 아홉 학파(學派). 유가 · 도가 · 음양가 · 법가(法家) · 명가(名家) · 묵가(墨家) · 종횡가(縱橫家) · 잡가(雜家) · 농가(農家).

[19], 두 바퀴 ·· 해와 달. 즉 세월.

[20], 오랍(五臘) · 도서(道書)에 말하는 다섯 가지 납일(臘日). 一月一日(天臘), 五月五日(地臘), 七月七日(道德臘), 十月十二日(民臘), 十二月八日(王侯臘)

[21], 미려(尾閭) ·· 큰 바다의 깊은 곳에 있는데 쉴 사이 없이 물이 샌다고 한다.

[22], 헌원(軒轅) ·· 중국의 고대 전설에 나오는 제왕인 황제(皇帝)

[23], 건성(乾城) ·· 굳건한 성.

[24], 두우(杜宇) ·· 두견새.

[25], 미우(眉宇) ·· 이마의 눈섭 언저리. 얼굴.

[26], 보전() ·· 향로.

[27], 학발(鶴髮) ·· 머리가 흼.

[28], 물 듣는 소리() ·· 물 시계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즉 세월이 가는 소리.

[29], 규산(圭山) ·· 규봉(圭峯) 종밀(宗密) 선사.

[30], 홍료(紅蓼) ·· 붉은 꽃이 피는 여뀌. 백빈(白蘋)은 흰 꽃이 피는 부평초.

[31], 삼도() ·· 삼신산.

[32], 십주(十州) ·· 신선이 산다고 하는 열 개의 섬.

[33], 계봉(鷄峯) ·· 염송을 지은 혜심(慧諶).

[34], 구곡(龜谷) ·· 고려 말기의 각운(覺雲).. 염송설화(拈頌說話)를 지음.

[35], 이는 갈대를 타고 간 달마스님을 가리킴.

[36], 권교(權敎)는 방편교(方便敎), 실교(實敎)는 여래가 세상에 나오신 본 뜻을 말한 대승이며 진실한 가르침.

[37], 약목(若木) ·· 옛날 해가 지는 곳에 있었다는 나무. 그래서 서쪽을 가리킴. 부상(扶桑)은 해가 뜨는 곳에 있는 나무. 그래서 동쪽을 가리킴.

 

 

...

천경집 상권.docx
0.16MB

'한글대장경 제82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경집(天鏡集) 하 권  (0) 2026.03.03
천경집(天鏡集) 중 권  (0) 2026.03.02
천경집(天鏡集) 서문  (0) 2026.02.27
무용당집(無用堂集) 하권  (0) 2026.02.27
무용당집(無用堂集) 상권  (0)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