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제82권

천경집 행 적(行蹟)

oṃ maṇi padme hūṃ 2026. 3. 3. 23:31

 행 적(行蹟)

 

 대개 어떤 물결이나 나무는 그 뿌리와 근원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화상(和尙)의 계보(系譜)로 말하면 석존(釋尊)의 六十九대 손이요 임제(臨濟)의 三十一대손으로서 청허(淸虛)에 이른다. 청허의 문에서 편양(鞭羊)이 나오고, 편양의 문에서 풍담(楓潭)이 나오며, 풍담이 월담(月潭)을 얻고, 월담이 환성(喚醒)을 얻었으니 환성은 곧 우리 화상의 법부(法父)이시다.

 내 일찍 듣건대 덕이 있는데 전하지 않는 것은 혹()이요, 행이 없는데 과히 칭찬하는 것은 무()라고 한다 한다. 그러므로 나는 삼가 미덕(美德)과 미행(美行)을 적어 드날리는 것이다.

 화상의 휘()는 해원(海源)이요 그 호는 함월(涵月)이며 자는 천경(天鏡)이니 국씨 목조(國氏穆祖)의 후예이며, 함흥(咸興) 사람이다.

 그 어머니는 조()씨인데, 그는 꿈에 바닷물을 긷다가 큰 물고기를 얻고 갑자기 놀라 깨니, 마치 주린 이가 배가 부른 것 같고 무엇을 잃었다가 다시 얻은 것 같았다. 때가 되어 스님을 낳으니 강희(康熙) 신미 一월 二十三일이었다.

 三세 때에 어머니를 잃고 계모 한()씨가 젖을 먹여 길렀는데, 늘 출가하기를 청하였으나 그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十四세 때에 문주 도창사(文州道昌寺)로 도망 가서 석단(釋丹) 장로에게 머리 깎고 능허 영지(凌虛英智) 대사에게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처음으로 북방의 영암(靈岩), 학곡(鶴谷), 월화(月華)와 남방의 낙암(洛岩), 남악(南岳), 회암(晦庵) 등 여러 장로에게 나아가 배우고, 또 환성 화상을 六년동안 모시면서 三장()의 교전(敎筌)을 배울 때는 반 점에서 표범임을 보고 한 털에서 봉임을 알았으되 화엄(華嚴)과 염송(拈頌)에 더욱 정통하였으니 태소(泰沼)와 같은 무리라 말할 수 있다.

 三十一세에 입실(入室)한 때로부터 七十五세에 이르기까지 四十여년 동안 청익(請益)의 곁을 떠나지 않았으므로 납자(衲子) 들로서 허()로 왔다가 실()로 돌아간 자가 이루 다 셀 수 없었다.

 남북으로 다니면서 교화한 그의 자취로 말하면 정유년 가을에 남방으로 갔다가 임인년 봄에 북방으로 돌아왔고, 신유년 가을에 남방으로 갔다가 병인년 봄에 북방으로 왔으며, 계유년 가을에 남방으로 갔다가 무인년 봄에 북방으로 돌아왔다. 남방의 세 번, 북방의 세번이 다 유()에 나가 인()에 들어 왔으니, 이런 일이 무엇을 보임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이것이 조동(曹洞)의 편정회호(偏正回互)가 아니라면 바로 임제(臨濟)의 기용제시(機用齊施)일 것이다.

 만일 남북의 크고 작은 명찰(名刹)로 말한다면 관북(關北)만 해도 너무 많으므로 번거로움을 피해 다 적지 않는다.

 평생의 마음 가짐으로 말하면 친소(親疏)를 가리지 않았고, 병자를 보면 옷을 벗어 덮어 주어 낫게 하고, 누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천불(千佛)을 외우면서 극락세계에 가서 나기를 원하였으며, 아무리 값진 물건이라도 누가 좋다고 하면 곧 그에게 주고, 주린 이를 보거나 더는 이를 보면 옷을 주고 음식을 주면서 스스로는 주리고 떨었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부처 마음이라 하였다.

 살청(殺靑)의 가을에는 이가 빠지면서 사리가 나왔고, 입적(入寂)할 때에는 바람 비가 발작하면서 한 쌍 무지개가 갑자기 하늘 복판에서 일어나 앓는 스님의 방문까지 가로 뻗쳤는데, 눈 속에 비 오고 무지개가 섰으니 어찌 희유한 빛나는 징조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그 제자들에게 붓을 달라고 해 시를 쓰기를,

 「몸은 흰 구름과 더불어 환계(幻界)에 왔는데

 마음은 밝은 달을 따라 어디로 향하는고,

 나서 오고 죽어 가는 것 구름과 달 같나니

 구름은 스스로 흩어지고 달은 스스로 밝아라.

하고, 붓을 던지고는 돌아가시니 경인년 十二월 十三일이었으며, 속산(俗算)은 八十이요 적하(積夏)는 六十五이었다.

 화장하는 날 저녁에는 아롱진 구름이 하늘에 가득히 퍼지고 六화()가 내리는 가운데 몇 길의 눈이 사방에 쌓였는데, 다만 화장하는 장소만은 겨우 땅에 깔릴 뿐이었다.

 뼈를 수습하는 날에는 한 조각 정골(頂骨)을 미타번(彌陀幡) 위에서 얻었으니,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성안(聖岸)이 일찌기 아는 바 사실을 썼으니 이것은 무()가 아니니 어찌 혹()이라 하겠는가!

 숭정(崇禎) 기원후 三신묘 중구일(重九日)에 문인 성안(門人聖岸)이 삼가 행적을 쓴다.

 

 

...

천경집 행적.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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